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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마윈이 꿈꾸는 新유통의 미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5 17:11

수정 2019.09.25 17:11

[fn논단]마윈이 꿈꾸는 新유통의 미래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2016년부터 "신유통"을 외쳐왔다. 신유통은 데이터플랫폼을 통해 전통적 유통의 가치사슬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 신유통의 상징은 허마셴셩인데, 매장은 겉으로 보기엔 한국의 일반적 대형마트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매장 벽과 천장에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된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30분 이내에 구매된 물품은 고객의 집 앞으로 배송된다. 따라서 매장을 방문한 고객도 손으로 카트를 끌거나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지 않고,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허마셴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물건을 구매한다.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전통 마트의 소비자에게 왜 이처럼 모바일 구매로 유인하려는 것일까. 바로 데이터 때문이다. 신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상에 축적되는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에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모바일 앱 서비스를 위한 물류창고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고객의 구매 데이터가 쌓여야 해당 매장의 제품별 수요를 정교하게 예측 가능하고, 예측의 정확성에 기반해서 알리바바는 더 과감하게 농수축산물 생산지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킹크랩과 랍스터의 대량 정기 구매자다. 이를 위해 전용 비행기를 띄울 정도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정교하게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중국은 식품안전에 대한 이슈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다. 과거 멜라민 분유, 짝퉁 계란 등 식품안전 문제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허마셴셩의 해결책은 심플하다. 닭고기, 돼지고기, 우유에 허마셴셩 로고와 요일표시가 돼있다. 당일 생산된 신선한 제품을 허마셴셩이 직접 생산·판매를 책임진다는 의미다. 생산지에서 직접 배송해주고, 중간마진도 없애면서 더 싸고 신선하고 안전하게 농수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는 허마셴셩은 작년 20~30개 매장에서 현재 100여개로 급속히 매장 수가 늘고 있다.

신유통의 영역은 농수축산물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의류, 가전제품으로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알리바바는 일부 백화점 매장에 스마트거울을 설치하고 신유통의 영역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 백화점과 가전유통 기업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해 놓고, 미래 오프라인 상점에서 이뤄지는 소비자의 구매행동을 모두 모바일 구매로 전환시키겠다는 포석을 깔아 놓은 것이다.


신유통은 이제 태동기이고, 앞으로 갈 길이 많이 남았다. 한국에도 쿠팡, 마켓컬리를 중심으로 기존 유통 가치사슬을 재편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중국에 비하면 변화의 속도가 느린 편이다.
기술로 인한 미래의 변화가 비가역적이고 불가피한 것이라면 우리는 신유통의 미래에 더 빨리 적응하는 것이 답이고, 이것이 알리바바의 신유통을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학습해야 하는 이유다.

정주용 비전크리에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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