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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정말 집은 ‘사는 것’ 아니라 ‘사는 곳’ 인가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6 17:20

수정 2019.09.26 17:20

[여의도에서]정말 집은 ‘사는 것’ 아니라 ‘사는 곳’ 인가
서울의 아파트 값이 또 심상치 않다.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주(23일 조사기준)에도 서울 아파트 값이 올랐다. 전주보다 0.06%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13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10월 둘째주(0.07%) 이후 50주 만에 최대 상승이다.
지난주(0.03%)보다도 오름폭이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서울 아파트 값 상승폭은 약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9·13대책이 발표된 후인 지난해 11월 둘째주부터 32주간 하락하며 안정세였다.

하반기 7월 첫째주에 34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된 뒤 계속 상승하고 있다.

신축과 재건축 아파트 모두 서울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은 물론 재건축 단지도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 매매호가는 지난해 전고점을 회복했다. 매매호가가 수억원씩 뛴 단지도 있다.

청약시장도 과열양상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이 정설로 굳어지면서다. 건설사들의 '절판 마케팅'에 실수요자들이 움직였다. 지금이 아니면 내집, 새집을 당분간 마련하지 못할 것 같은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서울 강남이 아닌 동작구나 서대문구의 아파트에도 청약신청자가 몰렸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발표 후 청약경쟁률은 수십대 1은 기본이다. 수백대 1의 경쟁률도 더 이상 낮설지 않게 됐다.

이런 추세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발표 이후 도드라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했다.

아파트 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내놓은 분양가상한제다.

현재까지는 정책 취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얘기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하지 않으면 3.3㎡ 분양가가 1억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야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필요한 까닭도 명확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고분양가가 책정돼 주변 아파트 값 상승을 불러오고 이런 아파트 가격 상승이 또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분양가상한제가 이런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실수요자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토록 하고 주택시장 전반의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는 대의도 밝혔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집값 움직임은 정부가 예상과 다른 것이 분명하다.

다음달 안에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될 지역과 시행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 카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빠른 시행이 필요해 보인다.

관계부처 간 불협화음설이나 시행시기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것은 시장에 더 혼란만 줄 뿐이다. 관계부처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위한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놓고서도 장고하는 모습은 정책에 대한 내성만 키울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예상되는 후보지는 서울 25개 구 전역과 과천·광명·성남 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이다.


현 정부는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펴왔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평소 철학과 신념이 실제로 작용할지 궁금하다.
집에 대한 국토부 장관의 철학은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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