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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뜬금없는 전세시장 걱정?

[윤중로] 뜬금없는 전세시장 걱정?
자고 일어나면 급등하는 서울 강남 집값과 분양만 받으면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로또 분양에 전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쉬지 않고 오르는 집값에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실제 민주평화당과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을 기준으로 노무현정부는 3.3㎡당 2300만원, 박근혜정부는 900만원, 문재인정부는 2000만원 상승했다. 연간으로 비교할 경우 문재인정부는 연 810만원으로 450만원인 노무현정부보다 1.8배가 높다. 강남에 집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 막대한 자산 격차가 또다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 집값 급등에 이목이 쏠린 사이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또 다른 불씨가 커지고 있다. 바로 전셋값 상승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9월 넷째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13주 연속 오름세다. 9월 한달 전셋값은 수도권(0.00%→0.09%)은 보합에서 상승 전환했고 서울(0.09%→0.10%)은 상승폭이 확대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서울·수도권 집값이 이상 급등하면 매수를 포기한 실수요자들이 대거 전세로 돌아선다. 전세 수요가 많아지면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서울 전셋값이 급등하면 수도권 전셋값 상승을 자극하고, 일부에선 전셋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정든 동네를 떠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전세시장 불안은 내년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지역 입주 아파트가 늘었는데도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현상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 올 초 '미니 신도시'급 입주대란을 일으켰던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 이후 지난 8월 명일역 솔베뉴(1744가구), 10월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12월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고덕 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 내년 2월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 등 입주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다. 국토교통부도 올해 10~12월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5년 평균 대비 19.3% 증가한 1만2434가구라고 발표했다.

서울 입주 물량은 지난 5년보다 도리어 늘었지만 전세가격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계약기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등의 대책을 내놔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대책이 시행되면 계약 갱신 전에 전세가격을 한 번에 올린다거나 전세 매물을 거둬들여 전세 공급물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매매시장에서는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시장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내놓자 △청약광풍 △신축아파트값 급등 △미분양물량 소진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규제 역설로 망쳐놓은 매매시장의 실패를 전세시장에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집 없는 서민 입장에서는 집값 급등은 '배 아픈 것'이지만 전셋값 급등은 '배고픈 것'이기 때문이다.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없다. 전세시장에서만큼은 정부가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건설부동산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