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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에도 용인할까…北, SLBM발사로 대미압박 최고조(종합)

뉴스1

입력 2019.10.02 15:47

수정 2019.10.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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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북한이 10월 5일 실무협상 개최를 발표한 이튿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실무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실상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SLBM 전력을 보유했음을 과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총 10차례 이어진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11분께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거리는 약 450㎞로 탐지됐는데, 고각(高角) 발사로 사거리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부터 10차례 이어진 미사일 발사들이 최대 사거리 690㎞에 고도는 25~97㎞였던 것과 비교된다. 정상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500~2000㎞에 달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6년 8월 SLBM '북극성-1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후 성능을 개량한 '북극성-3형'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북극성 계열에 대해 사거리가 1000~3000㎞에 달하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7월 공개한 3000톤(t)급 신형 잠수함에 북극성을 탑재해 발사할 경우 하와이나 괌은 완전히 타격권에 포함되며 잠항 거리에 따라 사실상 미국 본토까지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미국이 그간 북한의 SLBM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리(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용인해 온 이전의 미사일 발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북한의 북극성 1형 발사 직후 SLBM발사 행위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면서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이 SLBM발사를 문제삼아 실무협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온 것을 성과로 내세워온 것을 감안할 때, 탄핵 움직임과 내년 대선을 맞닥뜨린 상황에서 SLBM 마저 용인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날 북한과 달리 실무협상 구체적 일정을 특정하지 않고 "이번주 내에"라고 애매모호하게 발표하고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점도 실무협상에 대한 신중함이 엿보인다.

최선희 제1부상은 전날 오후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약 세시간 뒤 낸 입장문에서 더 이상 공유할 만한 추가적인 정보는 없다는 것을 못박으면서 "나는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일주일 이내에 만날 계획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그쳤다.

실무협상 하루 전 10월 4일 이례적으로 예비 접촉을 갖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예비 접촉 결과에 따라 5일 실무협상이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이 이미 미국과 일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만큼 SLBM 발사에도 일단 4일 예비접촉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북한에 실무협상 개최를 계속 요구해 온 가운데 이번 SLBM 발사를 이유로 예비접촉까지 취소할 경우, 연말 시한까지 실무협상을 재개할 명분이 딱히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그간 최대 성과로 내세워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까지 공격받을 수 있고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그런만큼 일단 예비 접촉에서 북한의 입장과 태도를 평가한 뒤 향후 실무협상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SLBM 발사가 실무협상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일단 한미간 (발사) 배경과 의도를 긴밀히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때 공동 기자회견을 계기로 북한 SLBM 발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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