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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日수출규제 100일 이후의 과제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3 17:04

수정 2019.10.13 17:04

[차관칼럼]日수출규제 100일 이후의 과제

지난 7월 4일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속된 지 100일을 막 넘겼다. 당초 일본의 의도와 달리 우리나라는 핵심소재 국산화와 대체 공급처 확보에 성과를 내고 있다. 3대 수출규제 품목은 수입대체, 국내 생산 등 발 빠른 대응으로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했고 민관이 한마음으로 대응해 수출규제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특정국가 의존도가 큰 우리 산업의 취약점을 온 국민이 직시하고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미래를 위한 보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훼손된 국제적 분업체계가 회복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기업들은 불투명한 경영환경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우리의 진짜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100일 이후 과제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핵심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는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성장을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수요기업과 함께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상생협력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육성 로드맵으로 '스타트업 100, 강소기업 100, 특화선도기업 1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우수한 창업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 100개사를 대기업과 함께 발굴해 성장시키고, 국산화가 시급한 품목을 개발할 수 있는 강소기업 100개사를 선별해 빠른 기술자립을 지원하는 한편 국가 핵심전략기술에 대한 역량과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을 특화선도기업으로 뽑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 첫번째 작업으로 지난 10월 10일 강소기업 100개사 공모가 시작됐다.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는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담고 있다. 5년 이상의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기술개발부터 양산·판매, 공정혁신까지 전 주기에 걸쳐 최대 180여억원을 지원한다. 전폭적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하며, 엄격한 중간 성과관리를 통해 성과가 미흡한 강소기업은 퇴출시킬 계획이다. 선정되는 강소기업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미래 신산업의 기반기술 공급으로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며, 장기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밸류체인의 주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정적 국내 공급망이 필요한 수요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요즘 사업할 맛 난다"고 한다. 거래가 없던 대기업이 기술 하나만 보고 협력문의를 해오면서 그토록 어려웠던 판로가 트인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살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확산시키는 연결자가 될 것이다. 지난 11일 출범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에서는 관계 장관들이 모여 협력모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추진한다. 오는 16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직접 만나 분업적 상생협력을 논의하는 '대중소 상생협의회'가 출범한다.
대기업은 필요 물품을 공급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만날 수 있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협력해 성장할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일본 규제 사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국가 간 기술 패권경쟁의 측면이 있다.
지난 100일간 산업계·과학계·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협력해 온 것처럼 파고를 헤쳐 나간다면 이번 사태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도약의 시작이라고 확신한다.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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