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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이제 청년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6 17:28

수정 2019.10.16 17:28

[fn논단]이제 청년의 미래를 생각할 때다
온 나라가 갈라져 다툰 지 한달 만에 가족도 친구도 진영 논리에 따라 무섭게 나뉘어 버렸다. 심지어 모이는 광장마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어느 파냐 묻는 사이까지 되어버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 배부른 어른들 싸움이다. 광장에 청년이 없다. 통신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광화문은 장년층(60대 이상), 서초동은 중년층(30~40대)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20대는 각각 4.6%, 8.5%에 불과했다. 원인은 청년의 발등에 떨어진 불,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대에게 가장 큰 현안은 '경제개혁(48.9%)'으로 '사법개혁(8.8%)'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청년 고용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부는 실업률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장년과 노년층의 임시직 일자리들이다. 청년들에게 유리한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 답보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문명으로 전환하는 데 6000조원 넘는 자본이 투자된 반면 우리는 우버도 불법, 에어비앤비도 불법, 자율주행도 불법, 원격진료도 불법, 웬만하면 다 불법 딱지로 제동을 건다. 청년들 입장에서 보면 이 사업들은 자신들이 하기에 유리한 사업이자 미국, 중국, 동남아, 인도 등에서 이미 활발하게 확장되는 사업들이다. 빅데이터 분석이며 인공지능이며 대세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조건을 찾아 인재들은 해외로 떠나버린다.

대기업 취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52시간 근무, 인건비 상승,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신규 인원 채용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가장 일자리가 많다고 하는 자동차산업 분야에서는 10년 내에 현재 인원의 절반을 줄여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까지 나왔다. 다른 산업 분야도 어떻게 인건비를 줄일 것이냐가 중소대기업을 막론하고 가장 큰 현안이 됐다. 해고가 어려운 우리나라 법을 생각하면 이미 취업한 세대나 부동산 보유로 부를 축적한 세대만 마음이 편하지 취준생 청년들에게는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소망은 튼튼한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개혁'이다.

요즘은 학생들 보기가 너무나 부끄럽다. 국가 지도자들이 진영을 막론하고 자기 자식 챙기는 일에 성역이 없다. 그 논리는 규제로 확장된다. 우버도 불법, 원격진료도 불법, 그래야 택시회사도 의사도 보호받을 수 있다. 재산을 지켜야 자식을 지킬 수 있으니 핑곗거리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도전은 어렵다. 그래서 불편한 청년들은 창업을 위해 해외로 떠나가고 취업을 위해 공무원시험 학원으로 몰려든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도전하는 청년들은 씨가 마른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하게 실력으로 경쟁하는 세상이다. 아버지 뭐하시냐고 묻지 않고 어떤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지 묻는 사회다. 규제 없이 디지털 문명으로 승부하는 진정 평평한 운동장이다. 그 길을 열어야 대한민국 미래의 숨통, 청년의 살길이 트인다.
광장에서 '사법개혁'을 외치는 어른들에게 청년들이 이렇게 외치고 있다. 그 정성 반만이라도 '어른개혁'에 힘쓰시라고. 어른이 어른다워져야 나라가 바로 서는 법이다.
이제 어른들이 미래 이 땅의 주인, 청년을 위한 경제개혁을 논의할 때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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