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죽음의 땅에서 만난 풍경...인형극 '잊혀진 땅'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




인형극 '잊혀진 땅'과 장 미쉘 드우프 연출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인형과 배우가 함께 등장하면 두 개의 스토리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또 인형의 입을 빌면 그 말이 행여 상스러워도 보다 편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장점이 있죠. 인형은 정치적, 혁명적일 수 있습니다.”

벨기에에서 온 인형극 ‘잊혀진 땅’의 연출가 장 미쉘 드우프가 인형극의 매력을 이같이 밝혔다. 오는 20일 폐막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된 포인트 제로의 ‘잊혀진 땅’은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룬 작품.

당시 사고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때보다 무려 100배가 넘는 방사능이 유출됐다.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수는 총 3백만 명 이상. 체르노빌 사고 관련 정부의 각종 보상 수혜자는 어린이 66만 명을 포함해 총 150만 명에 달했다. 이 작품은 잊힌 기억을 통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는 한 편의 시(詩)와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우프 연출은 “체르노빌에 대한 책을 읽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체르노빌을 다룬 공연이 드물었다. 젊은 사람들은 오래된 사건이라 잘 몰랐다”고 이번 공연이 체르노빌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음을 내비쳤다.

제작진은 체르노빌을 세 번 방문했다. 그곳 지역 주민들을 직접 취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희곡을 썼다. “이상했다. 유령이 사는 곳 같았다. 방사능은 우리가 직접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인형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인형이 과거에 산 사람의 유령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도 봤다.”

인형극은 '자연방사능보호구역'이라는 불가사의한 지역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숲으로 우거진 이곳은 스라소니, 늑대, 들소, 야생마, 집을 찾아 돌아온 노인 몇명 그리고 버려진 도시가 있다.

바닥의 검은 재에서 팔다리가 부러진 신체의 일부를 조립해 만든 어린아이가 관객을 바라본다. 죽은 말의 시체를 짊어진 한 남자의 발걸음은 방금이라도 검은 땅으로 꺼질 듯 무겁고, 늙은 부부가 흩뿌리는 꽃은 마치 죽음의 장례식을 떠올리게 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