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부회장 "자리 연연하지 않겠다…피해복구 최선"
정채봉 부행장 "윗선 판매 압박 없었다…책임지겠다"
21일 국회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에 가입했다가 30년 이상 모은 돈을 잃은 한 피해자의 울음 섞인 절규가 울려퍼졌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 피해자는 지난 3월 전세자금 대출을 상환하러 갔다가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이 없다는 상품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어렵게 모은 9000만원에 주위에 빌린 1000만원을 합해 겨우 마련한 1억원은 3600만원만 남게 됐다.
이 피해자는 "원금 손실 이야기를 들었으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장을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무위 국감장은 DLF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향한 질책과 비난이 질의 시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의 검사 전 DLF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숨기고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하나은행이 금감원 실태조사 이후 불완전판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조직적으로 고의로 자료를 삭제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고, 실무책임자인 김동성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하나은행이 DLF 판매와 관련한 일부 자료를 고의로 삭제,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보는 또 "(삭제된 파일은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지시해서 작성한 파일이)맞다"며 "불완전판매 내용이 당연히 있었고 DLF 현안에 대해 작성한 파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은행에서 1,2차에 걸쳐 차체적으로 전수 검사를 했는데 하나은행은 금감원이 이 파일을 발견하기 전까지 은닉한 것으로 판단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삭제된 파일의 내용을 묻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 부원장보는 "일단 내용자체는 크게 2개 파일로 이뤄져 있는데 1차와 2차 전수 조사에 대한 내용으로 손해배상 검토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종석 의원은 "하나은행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면 곤란한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적으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번 DLF 사태로 고객들의 소중한 재산이 손실이 간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죄송하다"면서 "하지만 그 삭제 내용이나 지시는 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함 부회장은 또 "어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리도 연연하지 않겠다"며 "피해 복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석 의원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는 이미 독일 금리 하락을 전망하고 내부적으로 보고했음에도 판매를 지속했는데, 내부적으로 윗선에서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은 "(보고서는)미국 금리정책을 포괄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내부 리스크가 미흡한 점은 뼈져리게 생각한다"며 "다만 DLF는 전국 800개 지점 중 177개 지점에서 판매됐고 핵심성과지표(KPI)에 특별하게 DLF만을 위한 인센티브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날 윤석헌 원장은 DLF를 '겜블(도박)' 같은 상품으로 표현하며, 금융사들에 더욱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윤 원장은 "DLF에서 기초자산을 보면 독일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면 투자자가 부담하고 높으면 투자자가 수익을 얻는 일종의 겜블같은 상품"이라며 "이는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자기 책임 하에 했겠지만 더 중요한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다고 본다"며 "금융사들은 이 부분에 보상해야 하고 소비자 보호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원장은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은)어느 정도 부적절하다"면서도 "이런 상품이 좀더 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생산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어서 전체적으로 막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파생상품을 '겜블'이라는 표현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보다 균형잡힌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생상품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안되고 겜블과 같다고 했는데, 이 표현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는 일벌백계하는게 맞지만,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원장은 "이번 사태에서 DLF가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은행이 판매하는 과정에서 겜블과 같은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은 양날에 칼이므로 도움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anna224@newsis.com, csy625@newsis.com, Juno2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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