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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최대 위기 맞나..김정은 "금강산서 남측시설 들어내라"

"세계적 명산에 너절한 시설...우리식으로 다시 건설" 지시
현대 "남북관계의 상징...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 입장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현지지도하며 "너절한 남측 시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하면서 남북관계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정책이 잘못됐다면서 독자적인 개발계획을 제시했다.이에 현대그룹이 시작 21년만에 금강산관광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위기의 남북관계..김정은 최후통첩?
23일 북한 관영매체 로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명산인 금강산에 가설건물을 방불케하는 이런 집들을 몇동 꾸려놓고 관광을 하게 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손쉽게 관광지나 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력이 여릴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다시한번 과거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같은 발언은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가족호텔 등의 건물을 둘러본 뒤 나왔다.

특히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보아시설을 우리식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합의하고, 자신이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와 금강산관광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은 것에도 이같은 불만이 엿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최대 위기 맞나..김정은 "금강산서 남측시설 들어내라"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회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조선측에서 건설한 대상들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일대를 돌아보며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시설물에 대해 엄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019.10.18. (사진=노동신문 캡처)
■현대그룹 "철수 없다"
현대아산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현대아산의 금강산사업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금강산관광사업은 지난 30년 남북관계의 상징"이라며 "2008년 금강산 시설에 대한 몰수와 동결 이후에도 지난해 금강산관광 20주년 행사를 진행한 만큼 부정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민간기업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김 위원장이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라고 전제한 만큼 통일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금강산관광산업 관련 50년 독점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이 금강산에 투자한 금액은 총 7670억원이다. 이 중 2268억원은 현재 금강산 내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등 시설물에 투자했다. 5597억원은 북한에 지불한 사업권 대가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여전히 대북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월에는 4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 올해 7~12월 금강산과 개성에 위치한 시설 개보수 등에 34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414억원의 유증자금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계속 은행에 예치해 둘 것"이라고 밝혔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