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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금강산 남조선 시설 빼라" 남북관계 '빨간불'

北 "금강산의 당국·민간 설치 시설 철거해가라"
통지문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통해 우리측 전달돼 
정부 "재산권 지키며 조건·환경 고려, 방안 마련"

北 "금강산 남조선 시설 빼라" 남북관계 '빨간불'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완공을 앞둔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5일 보도했다. 2019.10.25.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25일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우리측 시설의 철거 계획을 논의해보자는 통지문을 통일부와 현대그룹에 각각 전달했다. 최근 북미대화 교착으로 남북관계 역시 경색됐지만 이날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향후 남북관계는 악화를 넘어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 지구에 국제관광지구를 새롭게 건설할 것이며, 합의되는 날짜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가길 바란다"면서 "실무적 문제는 문서교환 방식을 통해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통일부는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국민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하는 방향에서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면서 "금강산관광사업의 의미를 고려하면서 조건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고,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 금강산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과정에서 국제정세와 남북협의 등 제반조건과 환경, 국내적 공감대 형성 등을 종합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금강산 현지지도서 '극언'에서 사실상 예견"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는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사실상 방치된 우리측 금강산 시설을 "싹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새로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불과 이틀 만에 김 위원장의 말을 행동을 옮긴 셈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양덕온천관광지구를 두고 "이것이 우리식, 조선식 건설"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며 "금강산과는 정말 대조적"이라고 발언, 독자적 관광지구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를 향해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대변하라"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연연할 것 없이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의 남북경협 사업은 제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정지됐다.

북한이 한국과 정부 대북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도 남북경협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데 대한' 강한 불만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 실무협상 결렬로 언짢은 심기를 미국에게도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남북관계 "악화일로는 불가피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 촉진자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에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한국을 향해 행동을 보인 것"이라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우리는 말 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식으로 금강산을 다시 개장해 열더라도 한국인이 주 고객인 상황에서 북한도 이런 방식으로 얻을 건 없지만 극약처방을 한 번 해보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신 이 방법을 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한국이 미국에 입김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북한이 비핵화 국면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려는 의도로 보인고, 앞으로 남북관계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한·미 관계가 흔들리면서 미국을 설득하는 채널로서 한국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