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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경영' 인용, 이재용 훈계…정준영 부장판사는 누구

뉴스1

입력 2019.10.27 20:03

수정 2019.10.28 11:4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 © News1 안은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국정농단'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 전 부회장에게 대기업 내부의 준법감시 부재와 재벌경영의 폐해를 지적하는 이례적인 당부의 말을 쏟아내면서 재판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진행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1부의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1993년 만 51세 되던 해에 이건희 회장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는데 올해로 만 51세 나이가 된 이 부회장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미국 대기업 사례를 참고해 총수도 두려워 할 정도의 준법감시제도를 만들 것과 총수로서 재벌체제의 폐해를 줄이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명운을 가를 정준영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0기)는 서울 청량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사법정책실 정책3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대표적 엘리트 판사로 꼽힌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수석부장판사 배석 시절 한보그룹과 웅진홀딩스 등 파산 사건의 주심을 맡아 처리했고, 초대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냈을 만큼 법원 내 회생·파산전문가로 통한다.


정 부장판사는 아울러 법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법원 내 '아이디어 뱅크'로 유명하다. 최근 형벌보다는 재발방지나 치료를 중심에 둔 '사법치료' 재판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통상 형사재판에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지만, '사법치료'는 법원에서 제시하는 사안을 준수하면 선처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는 게 정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만일 피고인이 준수사항을 어기면 곧바로 보석이 취소되고 재수감될 수 있다.

이러한 신념을 토대로 정 부장판사는 지난 9월에는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에게 치매전문병원 입원을 조건으로 처음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선고기일 날 피고인에게 조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8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자녀와 동반자살을 시도해 재판에 넘겨진 부부의 선고기일에서는 "출소 후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다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아달라. 급하게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말고,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모범적인 가족이 되길 바란다"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는 "눈을 감고 10년 뒤 술을 먹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마라"고 당부했다. 다크웹에서 마약을 판매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게는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는 능력을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곳에서 발휘하길 바란다"고 훈계했다.

2009년 인천지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민사재판에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 형태인 민사재판 배심조정을 열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방어권 보장과 각종 건강 이상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구를 인용, 석방했다. 구속만기로 석방할 경우 주거 또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인멸의 염려가 더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주거·외출제한, 접견·통신금지, 10억원의 보증금 납입을 보석조건으로 내걸었다. 배우자와 직계혈족, 변호인과는 자택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연락할 수 있지만 이외 사람과는 접촉을 금지하도록 했다.


현재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 항소심과 'PC방 살인사건' 김성수씨 항소심 재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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