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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당신도 그곳에 갔었나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4 17:31

수정 2019.11.04 17:31

[fn논단] 당신도 그곳에 갔었나요?

10월 13일자 유력 일간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지난 3일 광화문 집회에…오후 2~3시에 50대는 7만1000명…. 전체 참석자의 15.2% 규모다. 그중 남성은 3만4000명(48.0%), 여성은 3만7000명(52.0%)…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참가한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전체 집회 참석자 46만6000명 중 남성은 57.8%, 여성은 42.2%였다.' 이 기사는 '서울시가 모 통신사와 협업해서 매일 시간 단위로 서울 전 지역에 사람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집계해 열린 데이터 광장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사대로라면 통신사가 기지국마다 접속하는 사람의 주소지, 나이, 성별 정보를 시간단위로 서울시에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불현듯 '혹시 내가 하루 종일 어느 기지국에 접속했는지 기록에 남는 것은 아닌가'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개통할 당시에는 동의 서명하지 않으면 개통해주지 않으니 구태여 그 내용을 읽어볼 필요도 없었던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찾아 확인해보았다. 동의서에는 '통신사에 광고를 의뢰하는 업체, 가입자 명의로 개통되는 다른 전화가 있을 경우 알려주기 위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그리고 분실 시 보상을 위한 보험회사 등에 제공된다'고만 돼 있어 통신사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거기에는 12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 25개 금융관련 기관, 3개 신용정보기관, 6개 엔터테인먼트회사 외에 물류업체 등 총 80개를 넘는 곳에 어떤 정보가 제공되는지 나열돼 있었다. 이 중에서 어느 항목을 적용해 서울시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찾아내지 못했다.

지금 화두가 돼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여부는 빅데이터 수집과 이의 창의적 활용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는 사회질서를 유지해 가기 위해 지켜내야 할 핵심 가치이기에, 정보 수집·활용 필요성과 정보보호의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미 방송도, 통신도, 금융도, 심지어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위치정보, 거래정보, 통화정보뿐만이 아니라 안방에서 언제 무슨 방송을 봤는지도,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하고 있는지 등의 개인취향도 모두가 정보로 수집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자신의 어떤 정보가 수집될 수 있고,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다. 그렇다고 비불법적으로 수집된 정보를 본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유통시키거나 활용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

개인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방법이 무한정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절제된 정보 수집·활용 방법과 함께 완벽한 정보보호 방법이 동시에 갖춰져야만이 상호신뢰가 쌓이고 빅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통신사나 케이블사업자와 같이 개인의 사생활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으면서도 독점적 지위에 있는 서비스 업자들은 자신들이 취득할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주고, 그 활용에 대해 구체적인 항목별로 사용승인을 얻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설령 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서비스에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앞에 소개한 통계 기사를 보면서 누군가 '당신도 그곳에 갔었지?' 물어볼까봐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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