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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돈 보따리 쥔 獨 “은행연합 미룰 수 없어” EU 금융통합 촉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6 16:03

수정 2019.11.06 17:18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로이터뉴스1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으로서 EU의 금융통합을 끊임없이 반대해 온 독일이 이례적으로 '은행연합(Banking union)' 출범을 옹호하며 EU의 단결을 촉구했다. 독일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유럽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낸 기고문에서 "유럽 은행연합을 강화하고 완성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년간의 논의가 이어졌고 교착상태를 끝내야 한다"며 "나는 EU가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사회에서 자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고 썼다.

은행연합은 지난 2012년 5월에 헤르만 반 롬푀이 전 유럽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EU 차원의 단일 은행감독기구다. 해당 기구는 현재 개별 회원국들이 조정하는 금융 정책을 EU 전체에 걸쳐 종합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로 제안됐으며 2010년 유럽 재정위기때문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EU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서부 EU 회원국들의 은행이 파산하고 국가 전체가 도산할 위기에 빠지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재정이 비교적 건전했던 독일이나 영국은 자국민의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인다며 반발했다. 은행동맹 지지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재발할 경우 은행동맹이 EU 은행들 간의 조정을 맡아 공적 자금 투입 전에 파산 위기 은행들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본다.

은행연합은 크게 단일 감독체계, 단일 청산기구, 단일 예금보험기구로 구성되며 EU 각국은 그간 감독체계나 청산기구에 대해서는 일정한 합의를 이뤘으나 예금보험기구 마련에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2005년부터 우파 기독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는 독일은 EU 차원의 예금 보험기금이 탄생하면 결국 독일 납세자들이 외국인들의 손해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좌파 사회민주당 출신으로 지난해부터 재무장관을 맡게 된 숄츠 장관은 5일 기고문에서 독일 재무장관으로서 단일 예금보험 장치 마련을 외치는 것이 "결코 작은 결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장 변경에 대해 "이제 브렉시트로 런던 자본시장이 EU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했다"며 "금융 서비스를 미국이나 중국에 의지하는 것은 선택지에 없다"고 주장했다. 숄츠 장관은 "유럽이 국제 사회에서 떠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연합의 핵심 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그동안 ECB와 프랑스가 주도했던 유럽 금융 통합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퇴임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퇴임사에서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한다며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이 하나의 국가처럼 공동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를 이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이달 인터뷰에서 독일을 직접 지목하며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한편 숄츠 장관의 이번 발언은 독일 내부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독일저축은행협회는 지난 9월 성명에서 "서로가 짐을 함께 나눈다고 해서 유럽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일 예금보험 기구 마련은 지금 공론화하기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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