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허울뿐인 보안 대책?...여전히 불안한 의료현장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3:00

수정 2019.11.11 13:00

故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영결식 /사진=뉴스1
故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영결식 /사진=뉴스1

#. 지난달 24일 50대 후반 남성 A씨는 서울 노원의 한 병원 정형외과 진료실에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자신의 손가락 수술에 대한 불만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으로 담당 의사는 흉기를 막다 손가락이 심하게 다쳤고, 이를 말리던 병원 석고기사도 발목이 베였다.

지난해 故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사건 이후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여전히 의료인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인 폭행·폭언 매년 증가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응급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한 폭언과 폭행, 난동 등의 발생 건수는 2016년 578건에서 2017년 893건, 지난해 1102건으로, 최근 3년 사이 2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 해당 건수는 577건에 달해 지난해 수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임 교수 사건 이후 폭행 혐의에 대한 혐의를 강화하는 의료법이 개정됐다. 지난 4월 국회 문턱을 넘은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인 등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숨지게 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의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서지역의 한 내과의사는 "마음 먹고 폭행하려고 온 환자들에게 처벌 강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가끔 큰 소리를 내는 환자를 보면 가슴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병원 내 안전도 무방비인 상태다. 지난 2월 대한병원협회가 병원의 안전대책을 조사한 결과 병원 63곳 중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25곳(39.7%)이며 경찰서와 연결된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불과 2곳(3%)뿐이었다.

■정부 안전 대책 지지부진
정부는 안전 대책을 마련했지만 후속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해 병원과 정신병원, 정신과 의원에 보안설비 설치와 보안인력 배치 등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같은해 8월에는 2317개 병원급 의료기관(100병상 이상)에 경찰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 보안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령을 입법예고를 했다. 그러나 입법예고 기한(9월 24일)을 이미 넘겼지만 다음 단계인 규제심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상벨 설치 및 배치해야 할 보안요원 수요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책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대책 마련에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최장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열며 "지난해 의료인 폭행방지책 마련이 사회적 요구로 떠오르며 정부, 의료계, 국회 차원에서도 의료인 폭행 근절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의료인 폭행 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 등 안전무방비 상태에 처해 있다"며 "의료인 폭행방지를 위한 실효적이고 종합적인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의사회도 노원 사건 이후 안전 대책으로 △의료기관 내 폭력과 상해 가중 처벌 △의료진 폭행에 대한 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 마련 △환자 측의 허위 진단서와 의무기록 수정 요구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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