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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손정의 4달전 서울 회동…'적과의 동침' 세기의 담판 물꼬 텄나

뉴스1

입력 2019.11.14 10:07

수정 2019.11.14 11:03

이해진 네이버 GIO는 지난 7월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당시부터 양사가 전략적 협력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 뉴스1
이해진 네이버 GIO는 지난 7월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당시부터 양사가 전략적 협력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 뉴스1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로 검색포털 강자인 '야후재팬'이 합병을 추진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일간 '세기의 딜'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자수성가형'으로 양국을 대표하는 IT 업계 '거물'로 자리잡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간 '세기의 담판'이 이번 딜에 핵심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자회사인 야후재팬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 야후재팬은 '검색 강자'로 통한다. 각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었지만 '모바일 페이' 시대가 열리면서 양사는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라인은 간편결제 '라인페이'로, 야후재팬은 '페이페이'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현금 없는 사회'를 기치로 내걸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출혈 양상을 보이는 구도에서 양사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결국 '적과의 동침'을 택한 셈이다.

이같은 결정은 창업주의 '용단' 없이는 불가능한 '빅딜'이다. 실제로 이해진 GIO은 지난 7월 방한한 손정의 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손정의 회장은 이해진 GIO를 비롯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를 이끄는 젊은 총수들과 만났다.

당시 업계에선 국내 재계 3세 총수들과 벤처 1세대 기업인들이 함께 모여 글로벌 IT 투자시장을 주무르는 '큰손'인 손 회장과 만나는 이례적인 자리에서 어떤 '빅빅처'가 그려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해진 GIO는 보통의 재계 3세 경영자들과 달리 직접 국내 인터넷 및 게임시장에서 굴지의 기업을 키운 자수성가형 창업자란 점에서 손정의 회장과 공감대를 갖고 향후 사업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손정의 회장 역시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군 대표적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네이버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전담조직인 '네이버랩스'를 운영하는 등 손 회장이 비전펀드로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접점이 많아 협력 가능성이 예상됐다. 또한 네이버는 앞서 소프트뱅크 그룹의 벤처캐피탈(VC)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펀드투자에 꾸준히 참여해온 인연도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라인의 알뜰폰 계열사인 라인모바일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넘기기도 했다. 양사가 이번 '빅딜'에 앞서 협력 모델을 꾸준히 타진해 왔다는 방증이다.

그간 국내 최대 포털사인 네이버는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한 이후 끊임없이 일본 시장을 두드려왔지만 결국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일본 최대 검색엔진 야후재팬의 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해진 GIO의 숙원이던 일본 시장 진출은 2011년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공으로 10여년 만에 비로소 빛을 보게 된다. 현재 라인 가입자는 전 세계 1억7000만명에 육박해 네이버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일 대표 IT 업체가 이끄는 일본 최대 메신저와 검색엔진의 경영통합이 성사될 경우, 총 1억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전자 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슈퍼앱'이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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