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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디지털 신문명이 바꾼 세상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7 16:56

수정 2019.11.17 16:56

[fn논단]디지털 신문명이 바꾼 세상
지난 11월 11일 중국은 '솽스이데이' 열풍이 대륙을 휩쓸었다. 알리바바가 재미로 시작한 중국의 쇼핑명절은 이제 디지털 문명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올해는 5억명이 쇼핑에 참여하며 총 매출 4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이마트 1년 매출이 15조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의 소비가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년 대비 25% 증가인데 여전히 놀랍도록 무서운 성장 속도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왕훙(개인방송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인플루언서) 경제는 올해 매출이 10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2년 만에 15조7000억원에서 7배 성장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사진 보고 물건 사는 것이 아니라 방송 보고 물건 사는 시대를 선택했다. 올해 솽스이데이 매출의 절반도 실시간 왕훙 방송에 의해 팔려나갔다. 시장을 좌우하는 인류의 소비행태에 또다시 거대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강의 포노사피엔스 국가다. 국민들은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음악과 방송을 소비하고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활용해 물건을 사고 디디추싱(중국의 우버서비스)을 타고 이동하며 왕훙과 솽스이 같은 신문화를 창조하고 열광한다. 심지어 거지도 QR코드가 찍힌 목걸이를 착용하고 "한푼만 이체해주세요" 하는 나라다. 중국의 최고 기업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디지털 플랫폼에서 거래하고 포노사피엔스만을 소비자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차지했다. 이 모든 걸 지휘하며 키운 것이 바로 중국 공산당이다. 시진핑과 공산당이 추구하는 중국 문명의 표준은 디지털 문명, 포노사피엔스 문명이라는 뜻이다. 이 선언은 기득권에게 신문명에 적응 못하면 퇴출이라는 명령과도 같다. 택시도, 여관도, 의사도, 약사도 변화하지 않으면 법적 보호는 없다는 공산당의 의지다. 우리와 비교하면 이것이 얼마나 무섭고 하기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중국은 국가의 표준을 청년문명, 미래사회에 정조준한 것이다. 미국과의 패권다툼을 목표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 57%가 퇴근 후 유튜브를 시청한다고 한다. TV 시청자 27%에 비해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포노사피엔스 문명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는 증거다. 자크 아탈리가 언급했듯 미디어 소비 변화는 다른 소비로 급격히 확산된다. 모바일 쇼핑이 급증하고 인플루언서 마켓이 빠르게 성장한다. 이 문명 변화를 잘 활용한 기업도 급성장한다. 배달의민족에 이어 무신사도 유니콘(10억달러 이상 가치의 비상장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특이한 신발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이 청년기업은 이제 거래액 1조원에 매출 2000억원의 엄청난 패션쇼핑몰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이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6세 꼬마가 유튜브로 1년에 100억원 넘는 광고수익을 올리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3조원 기업을 만들고, 온라인 신발장터로 2조원 기업을 만드는 나라가 됐다. 네이버웹툰은 221명 넘는 작가에게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안겨주고, 아기상어 노래 하나로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에서, 동남아에서 이 모든 변화를 주도하는 소비자는 새로운 지구의 표준인류 포노 사피엔스다. 우리는 언제까지 고집불통 규제들로 이 나라 기득권을 보호하며 신문명을 비판만 할 것인가. 이념의 늪에서 나와 대륙을 보자. 이미 대륙은 디지털 신문명이 표준이 됐다.
우리가 나라의 표준을 바꿔야 할 때다. 오늘 우리의 결정이 미래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의 한 수'임을 명심하자.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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