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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험지' 민주당 TK·한국당은 수도권… 초년생만 내모나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7 17:42

수정 2019.11.17 20:01

당을 위한 후보자 개인의 희생에
역대 선거에선 험지출마로
당 지지율 상승·첨병역할 톡톡
지난 20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의 주인공은 현재 무소속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을 비롯해 보수정당 출신으로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전북 전주을), 영남에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홍의락(대구 북구을) 의원이었다.

이들은 험지에서 당선되며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 바람을 일으켰다. 이들 간에는 희비가 있었지만, 김부겸 의원의 경우 험지 출마로 단번에 대선 잠룡으로 몸값도 올렸다.

역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로 희생을 했으나 결국은 몸값이 오른 성공 케이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2000년 16대 총선 때는 당선이 확실한 '정치 1번지' 종로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고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이런 도전이 결국 노 전 대통령이 대권으로 가는 바람의 진앙지가 됐다는 평가도 많았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험지'란 총선 등 대형선거에서 상대 당에는 당선이 유리한 지역이고 아군에겐 '적진'이자 '정치적 오지'로도 불린다.

여기서 희생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당 전체 지지율을 높이고,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건지는 첨병 역할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험지 출마는 생환 보장이 없다 보니 후보자 개인에겐 당을 위한 희생의 의미로 개인의 선택도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1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에도 다시 험지 출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3김시대(김영삼·김대중·김종필)는 뚜렷한 영호남 대결 구도에 험지도 명확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각 당의 험지 개념도 조금 달라지고 있다.

민주당엔 한국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 강원이 험지로 불린다. PK(부산·경남·울산)는 영남권 중에서도 그나마 해볼 만한 곳으로 불리지만 최근 조국 사태 이후 지역 여론이 나빠지면서 다시 험지로 돌아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엔 수도권, 특히 서울이나 호남이 험지로 불린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남 3구를 제외하면 서울 전역이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아성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여야의 험지 출마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험지 출마는 아직 각 당이 생색내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경기 이천)과 김학민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충남 홍성·예산),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경남 사천·남해·하동) 등 3명의 관료 출신 후보가 험지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례대표나 청와대 주요 참모, 중진 거물은 모두 놔두고 정치 초년생들을 험지 출마로 내몬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당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서울 등 수도권 험지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 홍준표 전 대표, 이완구 전 총리 등의 차출설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과거 험지 출마가 정치인의 자기희생과 소속 정당의 필승 의지가 결합하면서 시너지가 나왔다면 요즘의 험지 출마는 자기 희생 없는 정치인들의 몸 사리기로 별다른 감동도 선거의 동력도 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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