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라인-야후 '한·일 IT동맹'.. "AI 분야 매년 1조원대 투자"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8 17:56

수정 2019.11.19 01:12

내년 10월까지 통합 마무리
동남亞 시장 우선 공략할 듯
네이버-소뱅, 라인 지분 반씩 보유
합작법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 사진)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스1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 사진)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스1
【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박소현 기자】 "세계를 리드하는 인공지능(AI) 테크컴퍼니가 되겠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소프트뱅크 산하 Z홀딩스(야후재팬의 모회사)가 18일 1억명 기반의 거대플랫폼 결성을 골자로 경영통합에 합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각각 지분 50%씩 출자한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통해 매년 현금 1000억엔(약 1조700억원) 규모로 AI관련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일 IT동맹'이 글로벌 AI시장 및 미·중의 거대플랫폼 업계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양측은 일본을 기반으로 현재 라인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지점으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美GAFA-中BAT의 '대항마'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최고경영자(CEO·공동대표)와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CEO는 이날 도쿄의 한 호텔에서 통합 사실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를 리드하는 AI기업이 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통 큰 거래'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진영과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는 국경을 넘어 확장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들 글로벌 IT기업에 인수되거나 밀리게 돼 결국 살아남더라도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판단이 컸다. 네이버가 지난달 개발자행사인 '데뷰 2019'에서 아시아, 유럽을 아우르는 'AI 연구벨트'를 만들어 GAFA에 대응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것도 미국의 'IT제국주의'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건 올여름이다. 이데자와 라인 CEO와 가와베 Z홀딩스 CEO가 협상을 시작했고, 이어 지난 9월 손 회장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만나 통합 의사를 확인했다.

통합 효과는 크다. 무엇보다 양측은 새 합작법인을 통해 AI관련 분야라면 중장기적으로 매년 현금 1000억엔씩 쏟아붓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첫 해외거점은 라인이 먼저 진출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야후는 미국야후와 라이선스 계약 등의 문제로 야후 브랜드와 로고를 그대로 들고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이 점이 손 회장을 답답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사업규모 면에서도 일본 내 여타 IT기업을 압도한다. Z홀딩스와 라인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9547억엔(약 10조2548억원)과 2071억엔(약 2조2245억원)으로, 두 회사가 경영통합을 이루면 일본 인터넷기업 중 라쿠텐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오르게 된다. 이용자 역시 1억명(라인 8500만명, 야후 5000만명)으로 확대된다. 다만 이번 통합을 놓고 일본 내에선 '라인답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무라야마 게이치 해설위원은 "라인은 다른 일본 기업과 다른 '크리에이터의 집단'"이라며 "라인이 AI투자를 위해 소프트뱅크라는 후원자를 찾았으나, 야후와의 통합은 '도박'이다. 소프트뱅크 진영에서 어떻게 라인의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을 유지하고 높여나갈 것이냐,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라인-야후 '한·일 IT동맹'.. "AI 분야 매년 1조원대 투자"
■경영통합 어떻게 진행되나
양측은 이날 경영통합(자본제휴) 합의를 기반으로 12월 중 최종 본계약을 한 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0월까지 통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영통합으로 라인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 50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조인트벤처·사명 미정)가 되고, 이 합작회사는 Z홀딩스를 지배하는 공동 최대주주가 된다. Z홀딩스 밑에 다시 야후와 라인 신설법인을 두는 구조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 주식 전부를 취득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다. 공개매수에서 라인 주식을 전부 취득하지 못하면, 주식병합을 이용해 라인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전부 보유하는 회사로 만든 후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라인이 상장폐지 된 후 새로 만들어지는 라인 운영회사는 소프트뱅크의 연결자회사가 된다. 이로 인해 라인의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은 앞으로 소프트뱅크로 잡히게 된다.

라인 신설법인이 소프트뱅크의 연결자회사가 된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라인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이에 대해 가와베 대표는 "(양사)공동대표 체제로 매우 대등하다"고 강조하며, "라인의 모회사인 네이버로선 연결이 약화(非連結)된다는 판단을 했을지라도, 네이버의 더 큰 판단은 아시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기에 (통합에)임한 것이다. 미·중에 이어 세계의 '제3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신중호 라인 현 공동대표가 새 합작회사의 프로덕트위원회의 대표 격인 CPO를 맡기로 한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신 공동대표는 네이버가 지난 2008년 일본에서 검색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업을 총괄하고 2011년에는 라인 개발을 주도,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다. 프로덕트위원회는 합작회사의 성장, 사업계획, 기획·개발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다.
네이버가 회사의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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