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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데이터 3法과 데이터 경제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9 17:22

수정 2019.11.19 17:22

[여의나루] 데이터 3法과 데이터 경제
어제 열린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되는 이슈 중에는 슈퍼예산으로 불리는 내년도 예산안, 정치 패스트트랙 법안 등 더 큰 이슈가 많다지만 필자의 관심은 온통 '데이터 3법' 통과에 쏠려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데이터 3법이라고 부르는데 이 개정안들이 국회에 상정된 지 1년이 지난 지금에야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니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올해 1월 정부는 부총리 주재로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고 '데이터·AI경제 활성화 계획'을 논의하고 정부 지원책을 논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에 이른바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전 국토에 설치한 바 있다. 이후 초고속인터넷 접속률, 인터넷 사용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이런 뛰어난 IT환경이 지금의 IT산업 발전을 이끌어냈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용어는 경제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 모두가 사용하고 있지만 이 시대를 진정으로 열어가기 위한 소프트 방면 초석은 아마도 이 데이터 3법 통과가 아닐까 싶기 때문에 필자의 관심이 그렇게 높은 것이다.
몇몇 금융사가 이미 데이터 3법 통과를 염두에 두고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 자영업자들의 신용평가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연초 정부가 구상한 바에 의하면 2023년까지 데이터 시장 규모 30조원, AI 유니콘기업 10개, 데이터·AI 융합인재 1만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데이터 활용이 자유롭지 못하면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데이터 3법 통과만으로 과연 '데이터 경제'의 문이 활짝 열릴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선진국은 물론 이웃 중국 등에 비해서도 유독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지금 수준의 개정안 통과도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고, 진정한 데이터 경제를 열기 위한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활용한 사회적 이익(신산업 탄생은 물론 새로운 치료법 개발, 다양한 학문적 발전에 이르기까지)의 막대함을 인정해 적절한 수준의 개인정보 개방까지 포함한 데이터 경제의 초석을 마련하는 특별법들을 제정하고 있는 추세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일반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한 데 이어 이 분야에서 뒤처져 있던 프랑스가 2016년 '디지털공화국법'을 제정, 정부 공공데이터는 물론 민간 데이터까지도 일정한 조건하에 개방하는 길을 열었다.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기업은 물론 개인까지도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특별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관심을 가진 국민 개개인이 공익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열 수 있을지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장을 거친 후에 이 법을 제정한 사례는 우리나라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데이터 3법 통과 이후에 데이터 경제를 진정으로 열어갈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더 생각해야 할 일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17일 행정자치부가 보도한 각국의 공공데이터 개방지수(OECD 측정)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전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즉 공공데이터의 가용성이나 이들의 활용을 돕는 정부 지원조치 모두 우리나라는 잘 갖춰놓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익성이 큰 민간 데이터까지 개방되는 길이 열린다면 우리나라가 데이터 경제의 선두에 나서는 것도 꿈이 아닐 것이다.

김도훈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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