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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재팬의 매년 구애에도 콧대높던 '라인'…왜 마음을 돌렸을까

뉴스1

입력 2019.11.21 06:30

수정 2019.11.21 09:54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CEO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CEO가 18일 도쿄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의 경영 통합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가와베 겐타로 Z홀딩스 CEO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CEO가 18일 도쿄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의 경영 통합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매년 만나 함께 큰일을 해보자고 얘기하면 그동안은 웃고 넘겼지만 올해는 반응이 달랐다."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의 가와베 겐타로 대표(45)와 일본 모바일 메신저 1위 사업자이자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의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46)의 말이다. 해마다 이어져온 야후재팬측의 '구애'가 유독 올해는 통했던 이유가 뭘까.

강한 자가 더 강해지는 '승자독식'의 플랫폼 시장에서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탓이다. 야후재팬측의 계속된 러브콜에도 '마이웨이'를 걷고자 했던 네이버도 '협조적'(?)인 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실제로 야후재팬은 2001년부터 일본 포털 사이트 점유율 1위를 독주해왔지만 최근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지난해 말 발표한 '톱 오브 2018: 디지털 인 재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수에서 야후재팬은 6743만명으로 1위를 지켰지만 뒤를 이은 구글이 6723만명으로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3위는 유튜브로 6276만명을 기록했다. 구글과 유튜브를 합치면 이용자가 1억명을 넘어섰고, 모바일 시장에선 이미 구글에게 선두가 넘어간 상황이다. 여기에 야후재팬은 구글과 검색엔진 제휴를 맺고 있어 일본의 검색 시장은 사실상 90% 이상 구글이 장악한 상태다. 이밖에 4위 라인과 5위 라쿠텐을 제외하면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미국계 플랫폼들이 10위권을 장악하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인수설이 돌 만큼 소프트뱅크는 라인에 큰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 통합도 소프트뱅크 쪽에서 먼저 제안이 나왔다. 지난 18일 열린 경영 통합 기자회견에서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의 가와베 겐타로 대표는 "매년 만나 함께 큰일을 해보자고 얘기하면 그동안은 웃고 넘겼지만 올해는 반응이 달랐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10년을 고생해 가까스로 라인을 성공시킨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라인이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하길 원해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올해 가와베 대표의 제안에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의 표정이 달라진 이유는 라인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꼽힌 라인은 메시지 서비스에선 아직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하지만 콘텐츠, 커머스, 핀테크 등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확장하며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탓에 매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과 경쟁하며 이용자 수 증가도 주춤한 상태다.

특히 라인이 사활을 걸고 있는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서 '라인페이'가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와 경쟁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마케팅 비용이 모기업 네이버의 영업이익까지 흔들어놓자 결국 소프트뱅크가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연이었다는 게 두 대표의 설명이다. 가와베 대표는 "세계 인터넷이 미국과 중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라며 "일본 기업이 무언가 할 수 있을 게 없을까 생각한 것이 변화의 모티브"라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자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두 대표는 지난 6월 각자 모회사에 이를 보고했고, 9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프레젠테이션을 받은 후 100% 찬성으로 화답했다. 이데자와 대표는 "네이버도 아주 협조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영 통합을 통해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자신감 있는 태도는 아니었다. 경쟁 상대로 삼은 GAFA의 존재감이 여전히 거대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은 30조원 규모로,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은 30조원 규모로 이미 각자 1000조원을 넘어섰거나 바라보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모회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그룹 시가총액을 합쳐도 130조원이 안된다.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따라 잡기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 회사는 통합 이후 매년 AI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R&D 투자는 17조3000억원, 페이스북은 8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데자와 대표는 "통합을 해도 갭은 크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동맹이 '일본 내수용'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카와베 대표는 "GAFA의 최대의 장점은 바로 이용자가 지지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라며 "일본에서 이들 회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업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 기업은 일본이 직면한 과제에 맞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한다"며 "수집한 데이터를 일본 국내에서 관리하며 이용자들에게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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