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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은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라는데 日은 "양보없이 완승"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15:09

수정 2019.11.24 15:09

정부 "언제라도 종료효력 활성화 가능"
아베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강조
美 "갱신 환영"...사실상 연장으로 해석
[파이낸셜뉴스]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대한 한일간의 온도차가 예상외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전제로 한 조건부 유예라는 데 방점을 두고 있지만 일본측은 "양보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완벽한 승리라는 반응이다. 특히 미국은 '지소미아 갱신'이라고 표현하며 연장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韓 "조건부 유예"…日 "퍼펙트 승리"
24일 지소미아에 대한 우리정부의 공식 입장은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다. 정부는 지난 8월 23일 당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담긴 문서 전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기대하며 지난 8월 통보의 효력과 WTO 제소절차 진행을 잠정중단하겠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다.


정부는 일본의 대응이 미진할 경우 언제든 지소미아 종료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키고 반도체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철회하는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일본정부와 합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 발효 후 "우리 정부가 언제라도 이 문서의 효력을 다시 활성화 시킬 수 있다"면서 "최종 해결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우리 정부는 서로간에 타협을 했다는 시각이지만 일본은 내준 것이 없다는 점에서 완승을 했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강제징용 판결에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변화까지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고 말 했다고 보도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23일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가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게임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소미아 종료 뿐만 아니라 WTO 제소절차까지 중단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美국무부 "지소미아 갱신" 못 박아
전문가들은 협상이라는 측면만 보면 우리 정부가 손해를 본 것으로 평가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조건부로 연장했지만 일본은 부당한 경제제재 철회가 아니라 협상을 시작한 것"이라며 "미국의 압력이 일본 보다는 한국에 강하게 작용했고, 결과적을 우리 입장이 반영 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발표 관련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기 발표는 만료를 불과 6시간 남기고 결정됐다. 2019.11.22.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발표 관련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의 조건부 연기 발표는 만료를 불과 6시간 남기고 결정됐다. 2019.11.22.

미 국무부는 우리 정부의 조건부 유예 발표에 "지소미아 갱신(renew) 결정을 환영한다"는 다소 전략적인 논평을 내놨다. 우리 정부의 발표와는 상관없이 지소미아가 갱신된 것으로 해석하겠다는 식이다.

미 국무부는 "한국과 일본이 항구적 해결책을 확보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계속하길 바란다"며 "미국은 방위와 안보 문제가 한일 관계의 다른 분야들과 별개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고 했다. 경제문제든 역사문제든 지소미아는 건드리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 센터장은 "지소미아는 90일 전에 종료 통보만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종료되지 않았으니 갱신"이라며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한발 빠져 있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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