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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농촌 재능나눔'의 특별한 경험과 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17:51

수정 2019.11.24 17:51

[차관칼럼]'농촌 재능나눔'의 특별한 경험과 힘
해마다 가장 무더운 7월에 '농촌재능나눔 대학생 여름캠프'가 농촌에서 개최된다. 전국 대학생 봉사 동아리가 모여서 취약계층 등 어려운 농업인에게 봉사활동을 펼친다. 올해 전북 익산에서 열린 여름캠프에 봉사자의 한 명으로 참여했다. 첫날 진행된 봉사활동은 한 대학교 건축과 학생들과 함께 독거노인의 낡은 집을 고쳐주는 일이었다. 사용하기 불편한 부엌과 화장실은 깔끔하게 수리하고,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는 벽에 도배도 새로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이뤄지는 탓에 노동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들은 농촌 봉사활동에 꽃다운 청춘을 바치는 걸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만난 많은 건축학도들은 올해로 12년째 매년 여름방학 기간 농촌 취약계층의 집을 고쳐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졸업 후 10년 이상 직장에서 휴가까지 내 참여하는 졸업생도 있다고 한다. 한 학생은 말끔하게 수리된 집을 보고 연신 고맙다며 눈물을 보이시던 할머니가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몸은 고됐지만 자신의 봉사활동이 어르신에게 위로가 되고, 삶의 희망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이렇듯 농촌 재능나눔 봉사활동은 농촌과 도시를, 노인과 청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시간과 공간, 농촌과 도시, 청년과 노년 등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자원봉사 활동의 가치와 중요성이 널리 확산돼 있다. 시민의 자원봉사 활동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그래서 자원봉사 활동의 양과 질은 국가정책의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재능기부는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 활동 가운데 '기부자의 보람'과 '수혜자의 필요'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유형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추진한 '1사 1촌 농촌사랑운동'이 농촌 재능기부 봉사활동의 출발점이다. 기업과 농촌마을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으로 현재 자매결연 건수가 1만여건에 달한다. 또 판매된 농산물은 3771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농촌 재능나눔 지원사업'의 이름으로 낙후된 농촌지역과 농업인에 대한 재능나눔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도시를 근거지로 둔 봉사단체들이 주말이나 방학을 활용해 재능기부 활동을 한다. 양한방·치과치료 같은 의료봉사, 농가나 마을회관 고쳐주기, 마을 벽화 그리기, 이·미용 봉사, 문화공연 등 유형도 다양하다. 지난해 2만2535명이 참여해 봉사활동을 전개했으며, 전국 1258개 마을에서 농촌 재능나눔 활동에 수혜를 받았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재능나눔 활동은 정부 예산으로 채울 수 없는 빈틈을 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으로 채운다.
농업·농촌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과 달리 재능나눔 사업은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이나 시간, 온정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한적한 농촌마을이 봉사활동이 열리는 날엔 그야말로 사람들이 북적대는 활력 넘치는 곳이 된다.
시간을 내어 사람이 찾아가고 물질이 아닌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농촌 재능나눔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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