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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화학·기계 한일 교역량 급감…지소미아 계기 물꼬 틀까

뉴스1

입력 2019.11.25 07:00

수정 2019.11.25 08:38

지난 22일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22일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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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오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4/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오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4/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로 연기하고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양국 경제인들의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요한 3개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8월 화이트 리스트 한국 배제 등의 강공을 펴고,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등 응수에 나서면서 양국 간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이는 교역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본 수입 상위 15개 품목 중 3개 품목을 제외한 12개 품목이 올해(1~10월) 들어 수입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액 1위 품목인 반도체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2.1% 감소한 37억4100만달러에 그쳤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49.2% 줄어든 28억1400만달러에 머물렀다.

수입액 5~6위인 기초유분과 정밀화학원료도 각각 10.2%와 14.0%로 큰 폭의 감소율을 보였다. 수입액 11위윈 원동기 및 펌프도 26.9%나 줄었고, 12위인 기계요소도 16.6%

반면 수입액 9위인 자동차는 13.8% 증가한 10억7800만달러로 수입액 상위 15개 품목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대일본 수출 품목도 상위 15개 중 절반 이상인 8개 품목이 수출량 감소를 보였다. 수출금액 1위인 석유제품은 17.0% 줄어든 35억1600만달러에 그쳤고, 4위인 반도체는 18.5%, 5위인 자동차 부품은 10.8% 각각 감소했다. 7위 품목 합성수지도 20.9% 줄었고, 8위인 금은 및 백금은 8.6%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일본 수출액은 237억4800만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액은 401억1500만달러로, 지난달 말까지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163억6700만달러에 달했다.

정부는 대일본 무역적자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한 데다, 국제유가 하락에 다른 석유제품, 석유화학 단가 회복 부진과 국내 반도체 투자 조정에 따른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및 관련 중간재 수입 감소 등이 양국 간 교역량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특히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수출규제 품목의 7~10월 수입액은 2억2000만달러가량으로 전체 대일본 수입(155억700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낮고, 현재까지 관련산업의 실제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는 등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가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일본과의 대립으로 수출 규제가 지속되고 수출규제 대상 품목까지 확대될 경우를 경계해 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10월 한국의 대법 판결 이후 양국이 치킨게임을 벌이듯 대립하다 지소미아 연장을 계기로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가길 간절히 희망한다"며 "산업계에서는 일본이 개별허가 품목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고, 특히 제약과 기계 분야 등에서 이를 경계해왔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화이트 리스트 제외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대한국 수출 규제 품목으로 추가할 수 있는 품목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용 '블랭크 마스크', 액정디스플레이용 편광판 제조에 쓰이는 '초산셀룰로오스', 폴리프로필렌 종합용 촉매로 우주·항공·의료·스포츠·자동차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티타늄 및 티타늄 화합물', 의약품 원료로 쓰이는 '프로스타글렌딘, 트롬복산과 류코트리엔', 주물·총화·코팅 및 섬유 생산에 쓰이는 '큐멘' 등을 꼽았다. 이들 품목은 대일본 수입 비중이 많게는 100%에서 적게는 77%에 달한다.

더구나 이번 지소미아 연장 협상 타결을 둘러싸고 양국 정부의 신경전에 불이 붙으면서 재계는 양국 간 후속 대화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지소미아 종료 정지 발표 직후 주변에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한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소식이 일본 아시히 신문 등을 통해 전해졌고, 이에 청와대가 이틀 후인 24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며 견강부회"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양국 간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지소미아 연장과 관련한 발언은)매우 유감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게임이었다'는 주장은 사자성어로 '견강부회' 즉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식으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외교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된다고 본다"며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고, 앞으로 한일 간 어렵게 합의한 원칙에 따라 조기에 합의할 수 있도록 일본과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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