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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6 17:47

수정 2019.11.26 17:47

[여의나루]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2000년 12월, 사법연수원이 들썩였다. 자치회가 종전에 가던 제주도나 동남아가 아닌 금강산으로 졸업여행을 가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신분인 사법연수생들이 단체로 방북하다가 문제가 터지면 큰일이라며 만류가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유람선 '봉래호'를 통째로 빌려 연수원생과 교수, 가족을 포함한 600여명이 3박4일 북한 여행을 떠났다.

강원 동해를 출발하는 배 위에서 느꼈던 설렘을 지금도 기억하는 필자는 당시 자치회 수석총무로서 금강산 여행을 추진했다. 그 인연 때문인지 변호사가 돼서 북한법과 통일법을 연구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대한변협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위원장을 했고, 현재 민주평통자문회의 통일법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낯간지럽게 장황스레 경력을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 북한 어부 강제북송과 관련해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전문성과 경험에 근거해 비판함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모든 북한 주민은 우리 헌법 제3조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근거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번 강제북송은 심각한 인권침해이고, 위헌 문제까지 제기된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그 의사에 반해 강제추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도피했다는 점에서 수용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강제북송의 법률적 근거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를 들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모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동법 제9조는 단지 북한이탈주민을 보호하고 정착지원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될 뿐이지, 대한민국 영역 안으로 들어와서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까지 강제북송시킬 근거는 되지 못한다.

북한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한 평화통일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고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강제북송은 사실관계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불과 5일 만에 성급하게 처리한 문제가 있다.

또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못한 점, 인권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를 은밀하게 처리하려고 했다는 점 등 법치국가와 민주국가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초래했다.

주권자인 국민의 인권은 정치논리나 정책판단보다 우선돼야 한다. 개인도, 국가도 모두 실수할 수 있지만 반복돼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런 사태가 재발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반드시 인권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20년 전 금강산으로 향하던 배에서 불렀던 '우리의 소원'이 다시 입가를 맴돈다. 우리는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통일을 원한다.
북한과는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 우리 체제의 우월함이기 때문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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