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러 잇는 3000㎞ 천연가스관 ‘가동’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7:43

수정 2019.12.02 17:43

30년간 매년 380억㎡ 중국 공급
美 주도 세계 질서에 맞선 ‘동맹’
북극 中영향력 강화수단 작용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지역인 아무르주의 스보보드니시 동쪽 외곽에 위치한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의 아무르 천연가스 공장. 로이터 뉴스1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지역인 아무르주의 스보보드니시 동쪽 외곽에 위치한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의 아무르 천연가스 공장. 로이터 뉴스1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과 러시아가 약 3000㎞ 길이의 천연가스관 개통을 통해 양국간 협력을 다진다.

'시베리아의 힘'으로 명명된 천연가스관이 2일(현지시간) 가동되면서 향후 30년간 매년 38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중국 북동부 산업 중심지역로 공급된다. 양국간 천연가스관 가동은 자원 수급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점 외에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번 천연가스관 가동은 당초 지난해 말 목표보다 일년 정도 늦게 성사됐다. 양국이 천연가스관 가동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이다. 그만큼 양국이 천연가스관 가동에 목이 말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장 세계 최대 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러시아는 가스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서방 국가의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자국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서다. 시베리아 가스관 사업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향후 러시아의 든든한 돈줄이 될 수 있다. 중국 역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에 따라 천연가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친환경 생태계를 주요 국정목표로 삼은 시 주석은 석탄에 의존해온 에너지 구조를 천연가스 도입을 통해 바꾸고 싶어한다.

이같은 이해관계에 따라 양국은 지난 2014년 5월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코빅타 가스전과 극동 야쿠티야 공화국의 차얀다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중국 동북지역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며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왔다. 약 3000km에 이르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은 이르쿠츠크, 사하 등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의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 지역까지 연결된다. 러시아는 이 가스관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지선인 '동부노선'을 통해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한다.

천연가스관으로 맺어진 양국 관계는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미국에 맞선 동맹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중국이 친환경 정책에 힘을 쏟으면서 내년 세계 최대 가스 수입국이 될 전망이다. 당장 2024년까지 세계 가스 수요의 40% 이상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은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을 줄이고 러시아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과정에 미국산 LNG에 10% 관세를 매기고, 올해 그 관세를 25%로 올렸다. 현재 미국산 LNG는 중국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중국은 에너지 자원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그런 자원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동반자 관계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중러간 가스관 협력은 미국과 캐나다가 항로·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북극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WSJ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사업인 시베리아 송유관은 미국에 각자 도전해 온 2개 강대국 간 새로운 협력 시대를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중앙정보국(CIA) 에너지 분석가였던 에리카 다운스 미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간 협력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안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몽골을 통과하는 '서부 노선' 가스관 건설도 추진 중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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