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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암살 책임 물어 러시아 외교관 2명 추방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5 11:03

수정 2019.12.05 11:09

4일(현지시간) 촬영된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모습.로이터뉴스1
4일(현지시간) 촬영된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모습.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독일 정부가 지난 8월에 수도 베를린에서 발생한 조지아인 살인 혐의로 러시아 외교관 2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즉각 혐의를 부인하고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4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러시아 외교관 2명이 '외교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됐고 7일 이내 독일을 떠나야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베를린에서는 지난 8월 조지아 국적의 젤림한 한고슈빌리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당시 러시아 국적의 용의자는 권총과 소음기를 버린 뒤 전동 스쿠터를 타고 도주했으나 현장에서 독일 경찰에 체포됐다.

한고슈빌리는 1990년대 중반 러시아와 체첸이 전쟁을 벌이던 당시 체첸 편에서 싸웠다.
우크라이나 및 조지아의 정보기관에 러시아 스파이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인물로도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한고슈빌리를 극단주의 조직 '캅카스 에미리트'의 일원으로 보고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려놓은 상태였다. 한고슈빌리는 3년 전 독일에 망명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해 임시 체류 중이었다. 용의자의 이름은 바딤 소콜로프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추방된 외교관들과 어떤 관계인지는 불명확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추방된 러시아 외교관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소속의 정보원으로 확인됐다.

한고슈빌리 사건은 러시아가 해외에서 자국에 적대적인 인물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독일 검찰은 "당시 용의자가 (러시아 정부의) 공적인 도움을 받아 살해 시도를 벌였다는 여러가지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독일 외교부는 "러시아 당국은 (독일 측의) 반복적이고, 다급하며 끈질긴 요청에도 조사에 충분히 응하지 않았다"고 외교관 추방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조치가 발표되자 세르게이 네차예프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는 성명을 발표하고 "독일의 이러한 조처는 러시아와 독일 관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자연히 어떠한 해답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독일 당국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러시아 하원 국가두마의 외교위원장인 레오니트 슬루츠키 의원은 "독일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조처는 완전히 비뚤어진 논리"라며 "러시아 외무부 역시 이에 상응한 조처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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