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나쿨파] 번지는 '헥시트' 공포, 싱가포르는 웃는다

뉴스1

입력 2019.12.06 13:39

수정 2019.12.06 14:52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 AFP=뉴스1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 AFP=뉴스1


싱가포르 위치도. 빨간색이 싱가포르 - 구글 지도 갈무리
싱가포르 위치도. 빨간색이 싱가포르 - 구글 지도 갈무리


[시나쿨파] 번지는 '헥시트' 공포, 싱가포르는 웃는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홍콩의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헥시트(Hexit)’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헥시트(Hexit)는 홍콩(Hongkong)의 'H'와 탈출을 의미하는 'Exit'를 결합한 신조어로, 홍콩을 탈출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와 비슷한 조어다.

그동안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해온 홍콩이 장기간 정정불안으로 그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자 아시아에서 홍콩의 지위를 넘보고 있는 싱가포르가 내심 웃고 있다. 사실 싱가포르의 모델이 홍콩이었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는 홍콩을 벤치마킹해 싱가포르를 건설했었다.


◇ 올해 마이너스 1.3% 성장 전망 : 그런 홍콩이 반송환법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3%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것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헥시트 우려가 번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인들이 홍콩 근무를 기피하기 시작했고, 헤지펀드 등 일부 자금이 싱가포르나 도쿄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홍콩 인권법 후폭풍 우려 : 최근에는 미국이 홍콩에 보장해 온 특수 지위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 인권법’은 미 국무부가 홍콩의 특수 지위를 유지할 지 매년 검토해 기준에 미달할 경우, 홍콩의 특수 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인 1992년 제정된 홍콩법에 따라 홍콩은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수 지위를 누려 왔다. 이 덕분에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연구소장은 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특수 지위 철회는 ‘핵 옵션’이고, 그것은 바로 홍콩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헥시트가 본격화할 경우, 아시아에서 홍콩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은 도쿄, 싱가포르 등이다. 그런데 도쿄는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다. 이에 비해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포르는 영어가 공용어다.

◇ 싱가포르 중국과 인도 한가운데 위치 : 더욱 중요한 사실은 싱가포르가 21세기 후반 중국과 일합을 겨룰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와도 가깝다는 사실이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인도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인구구성도 인도인이 상당하다. 싱가포르는 화교의 도시답게 화교가 가장 많다. 다음으로 말레이인, 인도인 순이다. 580만 인구 중 화교가 77%, 말레이인이 13%, 인도인이 10% 정도다. 인구의 10%가 인도인이어서 힌두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 싱가포르 주거환경 홍콩보다 월등 : 싱가포르가 더 좋은 것은 홍콩보다 생활비가 낮은데 비해 주거환경은 더 좋다는 점이다.

홍콩의 주거환경은 이미 악명 높다.
홍콩의 주택난으로 2000~2018년 사이 싱가포르의 비영주권자가 23만5000명 늘어난 데 비해 홍콩은 19만9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다.
홍콩을 흉내 낸 싱가포르는 홍콩 사태가 홍콩을 추월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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