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일반

아이디·비번 필요없는 본인 인증… 세계시장 매년 80% 성장[블록체인 신분증, DID 시대가 온다]

김소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8 18:15

수정 2019.12.08 20:51

<1> 생활 속으로 들어온 DID
디지털 세상의 시작 '본인확인'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으로
회원가입·개인정보 요구 문제 해결
ICT 기업들 앞다퉈 서비스 내놔
디지털 사회 모든 서비스의 시작은 본인확인이다.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거나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동안에는 플라스틱 신분증을 제시해 신원을 인증했다. 그러나 인터넷 확산으로 사용자가 매번 같은 회원가입 관문을 거치는 것에 대한 불편과, 회원가입 때 제시한 개인정보를 기업이나 기관에 맡겨야 하는 관행에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서비스의 개인 신원인증의 편리성은 물론 개인정보의 쇼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대안으로 '블록체인 신분증(DID)'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미 금융, 전자상거래, 의료, 교육, 행정 등 일상 곳곳에서 서비스가 자리를 잡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는 내년부터 실제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올 DID 트렌드를 확인하고, 어떤 기업들이 어떤 형태의 DID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전자증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 전자증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될 예정이다.


#A씨는 모바일 신분증으로 간편하게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다. 따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매번 재촬영할 필요가 없다. 홈페이지 로그인이나 주식매매, 상품계약도 모바일 신분증으로 금방이다.

#B씨는 평소 차량, 숙박 공유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매번 플라스틱 신분증을 제시하는 일이 번거롭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B씨는 모바일 신분증를 쓰고난 후부터 서비스를 좀더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전자상거래, 헬스케어 등 평소 자주 쓰는 서비스도 모바일 신분증으로 쉽게 접속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을 통해 손안에서 간편하게 고객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백만 사용자를 확보한 DID 서비스 기업이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는 이용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DID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서비스 발굴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 신원인증(DID, Decentralized ID)이 유력한 킬러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인증 시장 매년 80% 성장

8일 시장조사업체 지온마켓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블록체인 신원증명 시장이 연평균 80%씩 성장해 2024년 총 34억달러(약 4조46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은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DID 서비스 개발하고 있으며, 요티(YOTI), 시큐어키(SecureKey), 블록스택(BlockStack) 등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요티의 DID 서비스는 지난 2018년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됐으며, 올해 5월 기준 총 700만 사용자가 이를 사용하고 있다. 시큐어키 역시 캐나다 최대 은행과 함께 자체 DID 서비스 베리파이드미(Verified.Me)를 활용한 사용자 간편인증 방안을 고안 중이다.

국내에서도 통신3사를 주축으로한 이니셜 DID 연합과 금융결제원, 라온시큐어 등이 참여한 DID얼라이언스 코리아, 아이콘루프 주도의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등 총 3개 연합체가 자체적으로 DID 서비스를 개발, 접목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각 연합체에서 내놓는 DID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버시·서비스 연속성' 관건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DID가 주요 신원인증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번 똑같은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야하고,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에선 지난 2015년 3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된 후 민간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모바일 인증방식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DID의 등장을 촉진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때 지문이나 홍채인식 같은 생체인식 인증이나, 보안, 통신업체 주도의 모바일 사설인증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SK텔레콤 이미연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 팀장은 "DID는 단순히 신원인증 수단을 넘어 기계와 사람 간 소통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향후 사물인터넷(IoT)이 확산되면 웹이나 모바일이 나를 자연스럽게 인식해야 하는데, 분산화된 모바일 지갑이 있다면 사용자는 매번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없이 자동적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DID, 전 산업 관통하는 서비스"

DID는 국내 금융권에서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미 국내 26개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에선 지난 2017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비스 '체인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서도 지난해부터 삼성SDS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뱅크사인' 서비스를 업무에 활용 중이다.
금융결제원은 모바일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시 쓸 수 있는 DID 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며, 시중은행, 카드사들도 DID를 통한 금융업무 간소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NH농협은행 정구태 디지털R&D센터 디지털협력부 차장은 "어떤 산업이든 나를 증명하는 것 자체가 시발점이기 때문에 DID는 1차적으로 금융에서부터 시작해 전 산업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라며 "이는 DID가 호환성이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그는 이어 "DID가 현재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인만큼, 누가 먼저 실활용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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