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논단] 한국경제 2019년의 회고와 2020년의 바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9 17:48

수정 2019.12.09 17:48

[fn논단] 한국경제 2019년의 회고와 2020년의 바람
지표상으로나 체감적으로나 2019년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웠던 한 해라 생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높게 잡아도 2.0% 정도(현실적으로는 1%대)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9년 0.8%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성장률 2.7%와 비교해 보아도 '추락'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러한 '성장 절벽'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세계 경제가 침체되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글로벌 시장 상황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외여건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한다면 그래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면, 정부가 성장력 방어를 위해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많은 대내외 기관들이 연초부터 위기를 경고했음은 주지의 사실임에도, 그래서 시장에 불안감이 팽배했음에도 정부가 낙관론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도 잘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는 비관적인 시각을 나타내면 안된다. 불안감이 더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랬기에 상황 인식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공감대가 상실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민간은 어려운데 정부가 이해 못할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경제정책을 내놓아도 민간이 반응할 리가 없다. 정부 따로, 민간 따로 그 간극이 너무 컸고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다음으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타이밍과 타깃이 적절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거슬러올라가 보면 이미 2018년 하반기부터 경기급랭의 징후가 관찰되었다. 그러했다면 당시 2019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그 목표가 보다 경기 부양 쪽으로 크게 움직였어야 옳았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뒤늦게나마 두 번의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내수가 반응을 하지 않고 부동산시장으로만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재정정책이 돈의 물길을 성장 쪽으로 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9년 재정 기조가 투자를 진작시키고 내수경기를 적극 부양하는 쪽이었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마지막으로 정치·사회적 이슈에 경제가 너무 흔들렸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심리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단절적인 급락의 모습이 발견된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회 내 대립 속에서 경제가 설 자리는 없었다.

2020년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2019년보다는 좋아지리라 답을 해본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겠느냐는 자조적 판단에서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2%대 중반이기 때문에, 거기서 멀면 멀수록 그 수준으로 복원하려는 힘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그러한 반등력에 조금만 힘을 보태면 회복 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질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 경제정책이 조금은 성장 친화적 기조로 흐르는 모습에서 아주 조금은 안도감을 가져본다.
2017년을 기점으로 경제성장률이 2년 동안 1%포인트 이상 급락해 지금 1%대를 보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면, 2020년에는 인간적으로 1%대 성장률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