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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따뜻한 세밑, 따뜻한 공동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0 17:09

수정 2019.12.10 17:09

[여의나루]따뜻한 세밑, 따뜻한 공동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 구절이 한 해의 종점인 세모를 앞두고 문득 떠오른다.

현대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 숨 가쁘게 살다 보니 자신이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내 주변의 이웃은 어떠한지 살펴볼 마음의 여유가 적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이웃이며, 누군가의 제자이며, 누군가의 도움으로 편리한 일상생활을 하는 공동체 일원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개인의 건전한 상식, 사회윤리, 사회정의에 매우 큰 혼란과 도전을 겪고 있고 국가, 사회, 이웃 등 공동체의 감사함을 간과하기 쉽다.

많은 종교와 영적 지도자들은 개인의 행복 조건으로 이웃 등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강조한다. 자신과 가족의 채움을 위한 욕망은 끝이 없다.
사람은 재물, 권력, 명예를 성취하는 순간 더 높은 욕망을 채우기 위한 갈증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타인에게 베풀고 배려하는 데서 느끼는 '행복의 질과 만족'은 훨씬 고차원의 정신적 행복이라고 말한다.

유교문화권에서 존경받은 선비는 덕을 쌓는 것을 중시하고, 조상의 공덕이 많으면 3대가 잘산다는 속설이 있으며, 덕망이 높은 선비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덕향만리(德香萬里)라는 비유를 한다.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수 인원의 승자독식 심화, 계층 간 소득양극화의 심화가 모든 나라의 공통된 숙제다. 어느 때보다 사회적 배려와 관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기부역사가 오래된 선진 외국과 비교해 몇 가지 다른 특징이 있다.

개인의 기부금보다 몇몇 대법인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연말에 집중적으로 모금되는 준조세형 기부금 구조다. 한 예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올 11월 말부터 내년 1월 말까지 기부금 목표는 4257억원으로 소수 대기업의 연례적 기부금이 주를 이룬다. 반기업 정서가 높은 현실에서 기꺼이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기업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우리나라 기부금 세제는 법인이나 자영사업자에 대한 감면보다 근로소득자 등 개인 기부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다. 2017년 현 정부 집권 이후 세금과 공과금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국민의 기부동기가 약해지고, 공익단체 기부금 총액도 감소 추세라는 한 시민단체의 분석은 가슴 아픈 일이다. 세금징수를 통한 정부의 예산지출 효과보다 개인의 자발적 기부금과 자원봉사가 훨씬 효율적인 자선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분석한다.

물론 긍정적 기부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개인이 1억원 이상 기부하는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스클럽' 회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기부자도 연예인과 체육인 등 명망가 중심에서 평범한 중상류층 아너스클럽 회원 가입이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결혼기념일, 자녀 혼사, 70세 생일 등 개인의 행사 기념으로 복지·문화·예술 단체 등에 대한 소액기부가 증가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추세다.


"비움은 새로운 채움의 시작"이라는 많은 선지자의 말씀. '우물쭈물 살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영국 작가 버나드 쇼의 위트 넘치는 묘비명. 가난한 노파가 작은 촛불을 공양한 '빈자일등(貧者一燈)' 불교 설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따뜻한 사회를 위한 작은 베풂과 나눔을 생각해본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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