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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브렉시트 우려 사라졌다"…파운드 폭등, 존슨 위상 급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3 17:16

수정 2019.12.13 17:16

[파이낸셜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파운드는 폭등했고,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시장이 환호했다.

보수당의 압승으로 4년 가까이 지속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불확실성이 사라진데다, 보수당내 강경파 목소리까지 수그러들게 될 것으로 보여 협정없이 EU를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 우려까지 공중분해된 덕이다. 게다가 주요 산업 국유화, 법인세.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등 사회주의 색채가 크게 강화된 정책을 들고 나온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이 참패하면서 경제 좌편향 우려마저 불식됐다. 존슨 총리가 재집권함에 따라 영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처럼 보호주의와 '영국 우선주의' 정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 파운드, 2.5% 폭등
외신에 따르면 12일 밤 10시(현지시간) 투표가 마무리된 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영국 파운드는 폭등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2017년 총선때보다 51석을 더 확보한 368석, 노동당은 71석을 잃어 191석을 차지한 것으로 예측됐다.
하원 전체는 650석이다. 존슨 총리는 이번 압승을 바탕으로 내년 1월 31일로 돼 있는 마감일까지 브렉시트를 완료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때문에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코빈 당수의 노동당을 거의 '더블 스코어'로 누르며 압승했다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짓눌려 있던 파운드에 날개를 달아줬다.

파운드는 달러에 대해 2.5% 급등한 파운드당 1.3467달러까지 뛰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파운드는 여론조사에서 존슨의 보수당이 확실한 우위를 다지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 수주일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파운드는 유로에 대해서도 1.9% 뛰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해소는 유로에도 긍정적이었다. 유로는 달러에 대해 0.4% 상승한 유로당 1.117달러에 거래됐다.

영국 경제성장률 상승도 예상됐다.

베렌베르크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캘럼 피커링은 분석노트에서 존선의 압승이 최근 수개월간 침체됐던 영국 경제에도 부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피커링은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3%에서 내년에 1.8%로 오르고, 2021년에는 2.1%로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가지 근거를 댔다.존슨의 압승으로 내년 1월 차분한 브렉시트가 "사실상 보장됐다"면서 이와함께 코빈 당수가 급진적인 정책들을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and his partner Carrie Symonds wave from the steps of number 10 Downing Street in London, Friday, Dec. 13, 2019. Prime Minister Boris Johnson's Conservative Party has won a solid majority of seats in Britain's Parliament ??a decisive outcome to a Brexit-dominat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and his partner Carrie Symonds wave from the steps of number 10 Downing Street in London, Friday, Dec. 13, 2019. Prime Minister Boris Johnson's Conservative Party has won a solid majority of seats in Britain's Parliament ??a decisive outcome to a Brexit-dominated election that should allow Johnson to fulfill his plan to take the U.K. out of the European Union next month. (AP Photo/Matt Dunham)
■ 존슨 대성공···위상 급상
존슨의 압승은 보수당내 하드브렉시트파의 목소리가 잦아들도록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비록 그가 선거 기간 더 유연한 브렉시트를 주장한 바가 없어 강경 노선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반적인 전망은 영국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쪽으로 몰리고 있다. 존슨은 지난 10월 의회에서 EU와 맺은 브렉시트 협정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고, 이번 압승을 토대로 '브렉시트 완수'라는 자신의 선거 구호를 정책으로 현실화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존슨의 '조기총선' 승부수가 엄청난 성공을 거둠에 따라 한 때 '보수당의 광대'로 치부됐던 그의 위상과 보수당 장악력은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존슨은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시절 탈당 등으로 보수당의 다수당 지위가 사라지고, 10월 통과된 브렉시트 협정 역시 의회에서 거듭된 수정으로 누더기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기총선 카드를 던졌다. 도박이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브렉시트 협정 의회비준도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스위스 프라이빗뱅크 UBP의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 피터 킨셀라는 존슨의 보수당은 "그저 다수당이 된 것이 아니라 거대 다수당이 됐다"면서 "이는 브렉시트 협정 의회 비준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 내년말 EU협정 마지막 시험대
존슨의 압승으로 영국은 내년 1월말 순조로운 EU 탈퇴 행보를 밟을 수 있게 됐지만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못했다. 존슨의 브렉시트 협정에 포함된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간 사실상의 국경 문제를 포함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쟁점들이 여럿 있다. 난관을 헤쳐 나가면 영국과 EU간 무역협정이 최종 관문으로 자리하게 된다.

의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보수당을 발판으로 존슨이 좀 더 여유롭게 협상에 나서고, EU와 협상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협상력을 키울 수는 있겠지만 내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탈퇴 이후 과도기 동안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1월말 브렉시트가 공식화 된 뒤에야 시작되는 협상이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마무리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무역협상은 대개 수년을 끌고, 10년 넘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다만 EU와 협상에서 강경파의 목소리는 배제하고 당초 계획한 것처럼 EU 규정을 최대한 수용해 EU와 영국간 교역에서 무역장벽을 가능한 줄이는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게 됐다.

■ 재정정책 통한 경기부양
존슨은 선거 기간 약속한 공공지출, 인프라 투자 확대, 조소득층 감세 등 재정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수당 정부가 그동안 졸라맸던 허리띠를 느슨하게 푸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공약은 전통적인 노동당 텃밭 일부에서 사상처음으로 보수당 의원이 당선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존슨은 또 트럼프 행정부처럼 보호주의 색채를 띨 전망이다.
그는 쇠토하는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와 정부 조달에서 '영국제 구매(바이 브리티시)'를 우선하는 보호주의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제한적인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강조하고, 영국에서는 총선을 통해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거의 사라지는 등 세계 시장을 짓누르던 불안요인들이 한꺼번에 상당분 사라지면서 내년 경제 전망에 초록불이 켜졌다.
SEB 그룹의 선임 외환전략가 리처드 팔켄홀은 "상황은 장밋빛으로 진하게 물들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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