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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서 숨진 아들 사건 20년 파헤친 父...法 "국가가 배상하라"

국방부 재조사 끝에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 드러나
세상 떠난 지 20년 만에 순직 및 재해사망군경 인정돼 
法 "부대관계자 관리·감독 소홀로 사고..국가에 손해배상 책임"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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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군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들의 사건을 20년 가까이 파헤쳐 순직 인정을 이끌어낸 아버지가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박예지 판사)은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1억7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종결된 사건 이면엔 '가혹행위'
지난 1996년 입대한 A씨는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그 해 4월부터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경비병 보직을 받아 복무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전입 닷새 만에 초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의 왼팔에는 지휘관의 관등성명, 차량번호가 적힌 흔적과 찰과상 등이 발견됐다. 군에서는 소대장 및 최초 발견자에 대한 조사, 병사들의 자술서를 바탕으로 '타살의 혐의를 발견할 수 없다'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수 차례에 걸쳐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2014년 8월 국방부 조사본부 전사망민원조사단에 A씨의 사망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옛 동료 병사들을 불러 재조사에 나섰으며 병사들의 진술을 통해 A씨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이 18년 만에 드러났다.

당시 A씨가 소속된 부대에는 전입해 온 신병들에게 약 150~200명의 지휘관 참모 차량번호 및 관등성명, 소대병사 기수표, 초소 전화번호 등이 깨알같이 적힌 A4용지 4~5장의 암기사항을 3일 내에 외우도록 하는 관행이 있었다. 선임병들이 시시때때로 암기상태를 점검해 질책했기 때문에 신병들은 휴식시간은 물론 새벽에도 화장실에서 암기를 해야만 했다. A씨 역시 전입 후 점심도 거르면서 암기에 열중했고, 불시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집합과 질책이 잇따랐다.

■국방부 뒤늦게 '순직' 인정
국방부 조사본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A씨가 순직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고, 지난 2017년 A씨의 사망은 '순직 Ⅲ형'으로 결정됐다. B씨는 행정소송을 거쳐 국가보훈처로부터 아들이 보훈보상대상법상 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받아냈다.

B씨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지난 3월 "아들의 죽음은 부대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약 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교육훈련 과정에서의 심한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등이 원인이므로 이를 막지 못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상병이었던 C씨는 후임병에게 폭언을 하거나 후임병을 괴롭히기로 유명했는데, 수시로 경계근무 중인 A씨에게 전화해 암기상태를 점검했고 질책했다"며 "결국 A씨는 C씨에게 전화로 차량 통과사실을 알린 후 목을 매 자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 및 국가보훈처의 판단을 근거로 국가는 B씨에 유족급여 및 고령수당,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