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2019 결산]이춘재·고유정 충격…희망 전한 조은누리

뉴스1

입력 2019.12.21 08:02

수정 2019.12.21 08:02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전 남편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을 받기위해 교도소 호송버스에서 내려 건물 안에 들어가고 있다.2019.9.2/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전 남편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2차 공판을 받기위해 교도소 호송버스에서 내려 건물 안에 들어가고 있다.2019.9.2/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산악수색 작전에 특화된 특공대와 기동대 장병들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14) 수색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2019.7.30/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산악수색 작전에 특화된 특공대와 기동대 장병들이 3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14) 수색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2019.7.30/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춘재'와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잔혹 살해한 '고유정'.

2019년 세간을 뒤흔든 흉악 범죄의 주인공들은 '충북 청주'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초대형 사건마다 연관된 청주는 자연스럽게(?) '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썼다.

전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준 기적 같은 일도 있었다.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조은누리양(14)이 실종 11일 만에 극적으로 돌아왔다.

◇화성 연쇄살인마 이춘재…종착지는 '청주'

최악의 미제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목숨을 빼앗은 이춘재(56)가 지목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청주 처제 살인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춘재의 DNA와 화성 사건 희생자의 유류품에서 검출된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이춘재는 곧 범행을 시인했다. 자백에는 1991년 청주에서 발생한 미제 사건 '가경동 여고생 살해 사건'과 '남주동 주부 피살 사건'도 포함됐다.

그런데 희대의 미제사건 진범을 30여년 만에 특정했다는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모방범죄로 알려진 '화성 8차 사건'에서 과거 경찰의 강혹·강압수사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1988년 9월16일 새벽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자신의 집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던 박모양(당시 13세)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듬해인 1989년 7월 범인으로 특정된 윤모씨가 붙잡히면서 모방 범죄로 결론 났다.

20년 수감생활을 마치고 청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윤씨는 이춘재 자백 이후 "경찰의 구타 등 가혹행위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억울함을 풀고 싶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잠정 결론 낸 경찰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형사계장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와 감금,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입건했다. 당시 수사과장과 담당 검사 등 2명을 직권남용 체포와 감금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1991년 1월26일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 공사장에서 박모양(당시 16세)이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가경동 여고생 살해 사건'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건 용의자로 붙잡혀 1·2심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박모씨는 경찰의 가혹·강압수사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박씨는 과거 수사에 대한 경찰의 사과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 남편·의붓아들 잔혹 살해 고유정…국민 공분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은 잔혹한 범행으로 국민을 큰 충격에 빠트렸다.

고유정은 5월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 남편 A씨(36)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해상 등에 유기했다. 최소 2곳 이상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성폭행을 시도해 살해하게 됐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 고유정은 재판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다시 한번 공분을 샀다.

충격은 여기서 끊나지 않았다. 고유정이 지난 3월 의붓아들을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3월2일 오전 10시10분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유정의 의붓아들 B군(만 4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압착성 질식사로 추정됐다.

당시 청주상당경찰서는 고유정의 현 남편 C씨(37)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반년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C씨의 모발에서 고유정이 처방받은 수면유도제 성분이 발견된 점과 고유정이 PC를 통해 질식사를 검색한 점, 의붓아들 사망 추정 시간대에 휴대전화를 사용한 흔적 등을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

고유정의 범행으로 결론 났지만, 수사 초중반 친부의 과실에 다소 무게를 뒀던 경찰에 대한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1일 만에 기적 생환…조은누리가 전한 희망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흉악 범죄로 얼룩진 와중에 전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기적도 있었다.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양이 11일 만에 기적적으로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조양은 7월23일 오전 어머니와 지인 가족 등과 함께 여름 휴가차 상당구 가덕면의 한 야산을 찾았다가 실종됐다.

경찰 소방 군 등의 계속된 수색에도 아무런 흔적이 없었던 조양은 실종 11일째인 8월2일 오후 2시30분쯤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야산에서 군견 달관이와 박상진 원사, 김재현 일병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지점은 실종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직선거리로 1.7㎞ 떨어진 곳이다.


발견 당시 탈진한 상태였지만 의식이 또렷했던 조양은 충북대병원으로 이송돼 빠르게 안정을 찾고 회복했다.

조양은 자신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수색에 참여했던 박연수 전 충북산악구조대장은 "조은누리양의 경우는 오랜 경험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기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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