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또 풍선효과?…비규제 청약 쏠림‧9억 이하 호가 상승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2 15:46

수정 2019.12.22 15:46

9억 이하 아파트, 9억까지 가격 상승 기대감
규제덜한 수도권 청약 단지 쏠림 커져
현금부자들 '알짜 매물' 줍줍 할 듯 
지난 13일 수원시 팔달구 교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모델하우스에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이 대기하고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13일 수원시 팔달구 교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모델하우스에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이 대기하고있는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경기도 수원, 안양시, 의왕시, 인천 등 규제의 칼날을 비켜간 수도권 뿐 아니라 대전, 부산 등 일부 지방까지 풍선효과가 나오고 있습니다.”(수원 팔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최근 정부가 역대급 부동산 규제정책인 ‘12·16’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와 비규제 지역 청약시장 쏠림현상이 커지면서 ‘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구입 자금 대출이 받기가 어려워지자 대출이 가능하고 높은 청약 가점 없이도 당첨 가능한 비규제 신축 아파트로 실수요자와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진행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1순위 청약은 78대1로 마감됐다. 일반 분양 951가구에 약 7만5000명이 몰렸다. 지난 4월 7만2570명이 몰린 경기도 하남 '힐스테이트 북위례'를 뛰어넘는 올해 최고 기록이다.


앞서 안양시 만안구에서 분양한 ‘안양 아르테자이’도 343가구 모집에 1만1113명이 몰리면서 32.4대1을 기록, 올해 안양 최고 기록을 깼다. 인천 부평구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 역시 308가구 모집에 9501명이 몰리면서 30.8대1로 17년만에 최고 경쟁률을 찍었다.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청약 과열이 나오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주 가경 아이파크 4단지'는 107가구 모집에 9576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89대1을 기록했다.

■대출 가능한 수도권 비규제 청약 '인기'
이처럼 청약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새 아파트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정부 규제로 인한 저렴한 분양가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되면 시세 차익을 크게 얻을 수 있어 당첨 평균 가점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은 청약에 당첨된다고 하더라도 현금이 없으면 사실상 계약이 불가능하다. 이에 수도권 중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청약 수요가 쏠리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으로 서울 대부분의 지역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선정해 기존 대비 풍선효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경기권으로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오히려 9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매하라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오히려 입지가 좋거나 신축 아파트의 경우 9억원까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청약 과열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원 팔달구의 한 공인중개소는 “수원의 경우 과거 교통의 요충지였다가 구도심이 되면서 인기가 줄어들었다”면서 “최근 팔달 8·10구역, 권선6구역 등 8개 구역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면서 신축이 들어서면 일대가 바뀌는 만큼 수요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도 “이미 수도권에서는 화서역 파크푸르지오가 분양가 대비 2억원 이상 올랐고,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는 4억원 이상 오르고 있다”면서 “비규제 지역의 분양권은 6개월이면 전매가 가능하고, 대출도 60%까지 가능하다보니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9억원, 15억원 키 맞추기 들어가나?
신규 분양 아파트 뿐 아니라 기존 구축 아파트도 시세 9억원 이하 아파트는 9억원에 근접하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12~13억원대 아파트의 경우 현금부자들 사이에서는 15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사들이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원구 ‘중계5단지’ 전용면적 58m²는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 호가가 4000만원 가량 오르면서 6억3000만원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 성북구 보문파크뷰자이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8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는 9억원으로 올랐다. 정부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대출을 막으면서 아직까지 서울 내에서 집값의 40%까지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규제는 또 다시 현금 부자들만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이 법인을 만들어 세금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급매로 나오는 매물을 사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소는 “법인을 만들어 부동산 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현금 부자기 때문에 굳이 대출을 할 필요가 없어 이번 규제로 시장에 나올 매물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실수요자들은 이번 대책으로 갈아타기가 막혔지만 법인 투자자들은 2~3개월 후 대책 효과로 알짜 매물이 나오면 빠르게 ‘줍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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