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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거래관행 개선책을 추진하는 까닭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2 17:53

수정 2019.12.22 17:53

[차관칼럼]거래관행 개선책을 추진하는 까닭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을 발표했다. 우리 중소기업은 창업이나 고용창출 측면에서 경제를 지탱하는 주체이지만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불리한 지위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가 일반화돼 많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의 매출을 소수 대기업에 의존한다.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은 거래중단을 우려해 대기업과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불공정행위에 항상 노출돼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계속 추진해왔다.
현 정부 출범 후 2017년 9월 '기술유용 근절대책' 2017년 12월 '하도급거래 공정화 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위가 거래관행 개선대책을 계속 추진하는 까닭은 기존 대책이 미흡했거나 실효성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첫째, 고질적인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는 대부분 개선됐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에서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납품대금 60일 이후 지급, 어음할인료 미지급,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의 일률적 단가인하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행위가 나타났다.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주며 교묘하게 깎는 행위, 중소기업에 불리한 특약조항을 계약서에 끼워넣는 행위,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빼앗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진화하고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책 마련도 필요한 것이다.

셋째, 위법행위 적발과 제재 중심에서 자율적으로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필요도 있다. 그동안 대책은 법 위반행위 억제와 제재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다보니 중소기업의 체감도가 낮은 측면이 있었다. 왜냐하면 위반업체 제재가 피해기업의 혜택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자율적 상생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공정위는 이번 대책에서 16개 세부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먼저 중소기업중앙회를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자로 추가해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제고하고자 했다. 그리고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위주의 상생결제 이용을 2차 이하 협력사로 확산하는 등 자발적 상생문화를 조성하고자 했다.

또한 대기업이 보유한 인프라, 노하우를 공유하는 대상을 협력사 이외의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등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발굴·확산해 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계약금액이 최저가 낙찰가격보다 낮아지는 부당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추정가격 100억원 이상인 공공분야 건설공사는 입찰 결과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일부 자율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분야에서 정부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동안 공정위가 추진했던 여러 대책의 효과는 전반적인 거래조건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대비 2018년에는 하도급법 위반혐의 업체 비율이 47%에서 32%로 떨어졌고, 현금결제 비율은 41%에서 70%까지 높아졌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많은 중소기업이 거래관행과 기술탈취 관행이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답변했다.


이번 대책이 적절히 집행됨으로써 거래관행이 대폭 개선돼 더 이상 새로운 대책을 만들지 않기를 기대한다.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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