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2019 충북 10대 뉴스]기적과 환희 너머 범죄와 분쟁 공존

뉴시스

입력 2019.12.23 07:00

수정 2019.12.23 07:00

[청주=뉴시스]강원~충청~호남을 잇는 강호축 발전 계획도.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강원~충청~호남을 잇는 강호축 발전 계획도.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충북=뉴시스] 이병찬 기자 = "죽은 줄만 알았던 자폐 여중생이 실종 11일 만에 살아 돌아와 온 국민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수도권의 초우량 기업을 인구 22만 작은 도시가 유치했다…오가는 말 속에서만 존재하던 '강호축'은 정부의 호적에 오르면서 옥동자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2019년 충북에는 전국적인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낭보가 속출했지만 궂은일도 적지 않았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이야기의 중심지가 됐고,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무참히 살해한 천인공노할 인면수심의 고유정 살인사건도 청주에서 시작했다.

듣기 거북한 입방아가 계속된 한 해였지만 청주 거점 저비용항공사 유치와 강호축 국가계획 반영, 고교 무상교육시대 개막 등 해묵은 숙원사업이 결실을 보면서 도민의 환호도 이어졌다. 내로라하는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충북에 둥지를 틀었고, 청주박물관에 이은 국립 충주박물관 건립도 추진을 확정하는 등 문화 인프라와 경제력 강화에도 성공했다.

고랑과 이랑이 반복된 1년이었지만, 160만 충북도민은 분명히 미래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올 한해 도민을 웃기로 울린 10대 이슈를 돌아본다.

◇강호축 개발 본격화…5차 국토종합계획 반영

[청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1946년 담배공장으로 출발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제조창C로 새롭게 탄생했다. 2019.12.23. ksw64@newsis.com
[청주=뉴시스]강신욱 기자 = 1946년 담배공장으로 출발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제조창C로 새롭게 탄생했다. 2019.12.23. ksw64@newsis.com
강원~충청~호남을 잇는 강호축 개발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2040년까지 추진할 최상위 공간 계획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강호축은 2014년 충북도가 최초로 제안한 초광역 국가발전 전략이다. 경부축 중심의 국토개발 정책에서 소외됐던 호남과 충청, 강원을 연결해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주요 사업은 강호축 교통망(X축 고속교통망) 구축, 지역별 전략산업 육성, 백두대간을 활용한 관광자원 조성 등이다. 이 중 X축 교통망은 강호축 개발의 핵심으로 꼽힌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이 올 1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아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충북도는 오송 연결선 반영에 힘을 쏟고 있다. 연결선이 고속화 사업 기본계획에 포함하지 못하면 고속화 취지에 무색하게 저속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충북도의회 의원 3명 낙마…역대 최고

2018년 7월 출범한 11대 충북도의회는 개원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도의원 3명이 잇따라 낙마했다. 임기중(청주10)·박병진(영동1)·하유정(보은) 전 도의원이다. 이들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옷을 벗었다. 역대 도의회 중 5대와 함께 임기 중 의원직을 상실한 도의원이 가장 많은 불명예를 안게 됐다. 도의원 수는 기존 32명에서 29명으로 줄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거대 양당의 정치적 꼼수가 책임정치를 무너뜨리고 무책임한 공천을 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공백 최소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도의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공석인 도의원 자리는 내년 4월 21대 총선과 함께 치러질 재·보궐선거를 통해 채운다.

◇청주공항 거점항공사 탄생…에어로케이 항공면허 취득

[청주=뉴시스]청주국제공항 거점항공사인 에어로케이가 지난 3월 재도전 끝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청주국제공항 거점항공사인 에어로케이가 지난 3월 재도전 끝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공항이 거점항공사 유치에 성공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가 재도전 끝에 지난 3월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청주공항은 2008년 10월 한성항공이 떠나면서 잃었던 모기지 항공사를 되찾았다. 에어로케이는 지난 10월 국토교통부에 운항증명(AOC) 발급을 신청했다. 운항증명은 항공사가 안전운항을 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는지 항공당국이 확인한 후 부여하는 공식 증명서다. 내년 2월 승인을 받으면 제주행 첫 비행기를 띄울 계획이다. 에어로케이 본사는 항공기의 원활한 운항 등을 위해 청주 오송에 두기로 했다. 충북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1지구에 향후 교육·정비시설, 계류장, LCC 전용터미널 등을 건립할 방침이다.

◇고유정·이춘재 때문에…범죄도시 오명

충북 사회 분야의 뉴스 키워드는 단연 고유정과 이춘재였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두 사건 모두 청주와 연관되면서 청주가 때아닌 '범죄도시' 오명을 썼다. 지난 5월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은 6월 청주의 자택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앞서 3월 발생한 고씨의 네 살배기 의붓아들 사망사건도 고씨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10월에는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청주에서 저질렀던 추가 범행이 드러났다. 이춘재는 1991년 1월 청주 방적공장 여직원을, 같은 해 3월 남주동에서 가정주부를 잇따라 살해한 데 이어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1988년 경찰의 고문에 화성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 2009년 가석방된 뒤 청주에 거주해 온 윤모씨는 이춘재의 자백이 나오면서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만든 기적…조은누리 생환

[청주=뉴시스]공직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중도 낙마한 제11대 충북도의회 의원. 왼쪽부터 임기중·박병진·하유정 전 도의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공직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중도 낙마한 제11대 충북도의회 의원. 왼쪽부터 임기중·박병진·하유정 전 도의원.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조은누리(14)양은 온 국민에게 희망과 기적이라는 단어를 되새겨 줬다. 지난 7월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실종됐던 조양은 지적장애를 앓는 10대 여학생이다. 조양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군 부대 협조를 요청했다. 육군은 충북에 주둔하는 37사단에 이어 타 지역 사단과 산악 지형에 특화된 특공부대, 기동부대까지 투입했다. 조양이 실종된 뒤 경찰과 군, 소방, 민간 수색대는 11일간 누적인원 5799명을 투입해 산을 샅샅이 뒤졌다. 충북도교육청과 청주시청, 보은군청 등 유관기관도 조양을 찾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모두 한 마음으로 조양의 무사 귀환을 염원했다. 실종 11일째인 지난 8월 2일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한 야산에서 조양은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지적장애 2급에 자폐 증상을 앓고 있는 조양의 무사 귀환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은 지역사회가 만든 기적이었다.

◇환경을 지켜라…도시공원 LNG발전소 폐기물로 시끌

올 한해 미세먼지, LNG발전소, 집하형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 문제로 곳곳이 시끄러웠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의 보전·해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년 7월 해제되는 도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구역은 2428곳 2783만5000㎡다. 청주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38곳 중 8곳을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민간개발로 추진하기로 했으나 구룡·매봉·홍골공원 등을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SK하이닉스가 청주 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자 환경 오염을 우려한 민간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한국동서발전의 LNG복합발전소 건설 계획과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 사업은 음성과 괴산 지역 주민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청주시는 클렌코(옛 진주산업)와 허가취소 처분을 놓고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본사까지 통째로…역대 최대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유치

【충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 충주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본사와 공장을 충주 용탄동 5산업단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경기 이천공장 전경.2019.05.02.(사진=충주시 제공)photo@newsis.com
【충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충북 충주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본사와 공장을 충주 용탄동 5산업단지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사진은 경기 이천공장 전경.2019.05.02.(사진=충주시 제공)photo@newsis.com
충주시가 올해 유치한 현대엘리베이터㈜는 민선 이후 투자유치 실적 중 전무후무한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기 이천의 본사와 공장을 충주 제5산업단지로 이전하는 이 회사의 투자액은 2500억여원이다. 앞서 LG 계열사들과 SK하이닉스 공장을 청주에 유치하기는 했으나 본사까지 이전한 현대엘리베이터와는 차이가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투자와 고용창출보다 협력업체의 동반 이전은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300여개의 협력업체 중 물류비용 부담 때문에 동반 이전이 불가피한 제조 분야만 60여개에 달한다. 지난 8월 우진전장·꼬레본 등 협력업체가 충주 이전을 확정하면서 업계의 맏형 현대엘리베이터의 뒤를 따를 중소업체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2년6개월 내에 충주 입지를 완료할 방침인 이 회사는 지난 11월 노사가 함께 충주시청에서 회의를 열어 이전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고교 무상교육 시대 개막

충북도교육청이 올해 2학기부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무상교육 시대를 열었다. 올 들어 시행한 무상급식부터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 대금, 학교운영지원비까지 최대 약 84만 원의 혜택을 받는다. 2020학년도 1학기부터는 고교 2·3학년으로 확대하며, 2021학년도 1학기부터는 고교 모든 학생의 수업료를 면제한다. 수업료의 경우 연간 최저 43만2000원에서 최대 129만4800원(방송통신고 8만5200원)의 혜택을 받는다. 교과서 대금도 일반계고 기준으로 1인당 최대 11만6000원에서 최저 4만8000원을 2020년부터 지원한다. 학교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무상 교복은 2021학년도 중·고·특수학교 신입생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수익자 부담인 우유 급식과 방과 후 수업 수업료, 각종 체험학습비 등은 경제적 취약계층 학생 외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나사 풀린 공직사회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02.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19.09.02. woo1223@newsis.com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해이는 여전했다. 특히 청주시청 공무원들의 범법·일탈 행위가 극에 달했다. 부산 워크숍 숙소에서 잠든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한 6급 팀장이 재판에 넘겨졌는가 하면 직무 관련자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6급 팀장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직원 갑질 의혹으로 대기발령 된 동장은 만취 상태로 시청 당직실을 찾아 방화 위협을 하기도 했다. 청주의 한 소방관은 도박장을 직접 운영하고 사기도박까지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해임됐으며 보은의 한 파출소 소속 경위와 고속도로순찰대 경위가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대기발령 됐다. 지난 10월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중생을 성폭행한 제천 모 고교 30대 교사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으며 갈 데까지 간 충북 공직자들의 도덕 불감증을 실감케 했다.

◇담배창고서 문화창고로…문화제조창C 준공

1946년 국내 최대 담배공장으로 출발한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옛 청주연초제조창이 지난 8월27일 문화중심시설 ‘문화제조창C’로 변신했다. 쇠퇴한 청주의 구도심은 문화제조창C와 함께 문화 중심지로 새롭게 탄생했다. 전체 12만2407㎡의 터에 건축 전체면적 12만4219㎡ 규모다. 1973년 준공한 옛 담배제조창 본관동은 지상 5층, 건축 전체면적 5만2000㎡다.
이곳은 1·2층 판매시설, 3층 전시실, 4층 수장고·자료실·오픈스튜디오·공방시민공예아카데미 등, 5층 열린도서관·시청자미디어센터·공연장·키즈카페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났다. 옥상은 정원과 휴게공간으로 꾸몄다.
지역서점조합 등의 반대로 예정보다 늦은 지난 2일 개관한 열린도서관은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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