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하노이서 '김정은 무시'가 트럼프의 최대 실수" WP

뉴시스

입력 2019.12.23 08:57

수정 2019.12.23 09:07

"부동산 거래에 먹히는 전략…김정은 자존심에 상처" "트럼프, 김정은 상대 '비핵화 정의' 실패"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니는 모습. 2019.12.23.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니는 모습. 2019.12.23.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 가능성으로 북미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무시해 관계 악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사이먼 데니얼 북한·일본 담당국장 명의의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협상 책략이 어떻게 실패했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이같은 지적을 내놨다.

해당 기사는 지난 2월 '노딜'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업무오찬을 취소하고 회담을 일찍 끝냄으로써 김 위원장을 무시한 게 하노이에서의 최대 실수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담 이틀차에 예정됐던 업무오찬을 취소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무산 사실을 밝혔었다. '배드딜'보다는 '노딜'이 낫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WP는 "이같은 전략은 부동산 거래를 마무리할 때는 잘 먹힐 수 있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변덕스러운 독재자를 대할 때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특히 "그 무시가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김 위원장에 대한 내부적 압박을 증가시켰을 수 있다"며 "아니면 단순히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쪽이든 김 위원장은 그 정상회담 이후 눈에 띄게 화가 나 보였고, (북미) 관계는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 측의 제안이 북한엔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무엇이 김 위원장을 실제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제시해온 '밝은 미래'라는 대가를 거론, "북한은 사실상 애매한 투자 약속의 대가로 정권 안보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이는 김 위원장에게 절대 매력적인 도박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WP는 "미국은 모든 것을 요구함으로써 아무 것도 얻지 못할 위험을 무릅썼다"며 "보다 나은 관계 구축의 대가로 북한 핵무기 감축 및 방지를 추구하는 게 더 현실적인 목표가 됐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최소 2개 이상의 '실수'가 발생했다는 게 WP의 시각이다. 특히 협상 목표인 '비핵화'와 관련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WP는 이날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김 위원장이 정의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후 북한과 미국은 협상에서 동문서답을 해왔다"고 했다.

이어 "미국 측은 이를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라는 의미로 이해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통한) 자신들의 억지력 제거 전 자국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 제거를 나타낸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자신이 도발적이고 비싼 '워게임'으로 묘사해온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를 약속했다"며 "이는 군이 지킬 준비가 되지 않았던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훈련은 축소됐지만, 어느 정도의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완전히 중단되진 않았다"며 "(이에) 북한은 깨어진 약속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더 이상 자신들의 약속을 지킬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이라고 칭하며 중단을 거론한 바 있다. 결국 군과 상의되지 않은 해당 발언이 장기적으로 북미 협상 장애물이 됐다는 의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켰던 미중 무역전쟁 역시 북한과의 핵협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WP의 평가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하면서도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 싸웠다"며 "이는 북한에 대한 미중 협력을 약화시켰고,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고 했다.


WP는 향후 북미 협상 전망에 대해선 "2020년 전망은 암울해 보인다"며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위협이 2017년만큼 설득력을 갖지 않는다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수 결정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종이호랑이'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게 WP의 비판이다.
WP는 이어 "북한은 무기 실험과 공격적인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의 길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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