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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1차 합의, 오히려 우리 반도체·자동차부품 수출에 부정적"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3 15:11

수정 2019.12.23 15:11

[파이낸셜뉴스] 미·중 1차 무역 합의가 이뤄졌지만, 우리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양국이 경쟁적으로 부과했던 추가관세가 전혀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이 향후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구매를 늘리기로 합의함에 따라 반도체, 전기기계, 자동차 부품 등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와 향후 전망’ 보고서는 “이번 1단계 합의는 양국이 12월 15일로 예정됐던 4차 추가관세조치를 서로 피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지만 기존 관세의 인하효과는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중 1차 합의를 통해 지난 1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15일 발효 예정이었던 핸드폰, 노트북 등 16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도 3361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추가관세(총 50%)도 중단했다.


하지만 양국 모두 기존에 부과했던 추가관세는 계속 유지했다.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추가관세 25%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지난 9월 1일 최대 10%의 추가관세를 비롯한 기존의 추가관세는 계속 유지한다고 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연원호 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수출 증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2018년 기준)이 약 80%에 달하는 한국의 수출 증대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평균 수입관세율 추이
미중 무역 분쟁 이전(2018년 7월 1일 이전) 3차 추가관세 인상(2019년 5~6월) 제4차 추가관세 부과 실시(2019년 9월 1일) 1단계 합의 이후(2019년 12월 13일)
미국의 대중 평균 수입관세율 3.1% 16.0% 19.6% 17.8%
중국의 대미 평균 수입관세율 7.5% 27.7% 31.1% 31.1%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히려 중국이 향후 2년간 2000억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로 한 만큼, 우리 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전기기계, 자동차부품 수입을 늘릴 경우 우리 수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이번 조치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에는 대만, 일본, 독일, 호주 등이 있다.

문제는 기약 없는 후속협상 재개 시기다. 1차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미·중 통상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2차 협상 시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랴오민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2단계 협상은 제1단계 협상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만 간단히 언급했다.

게다가 후속협상은 중국의 산업보조금, 국유기업 문제, 기술경쟁 등 민감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산업보조금과 국유기업을 활용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특정 산업 육성에 주력했다. 이로 인해 불공정한 경쟁구도를 국가 주도로 만들었다는 국제적 비판을 받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과의 통상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폐쇄던 중국시장의 개방을 포함한 보다 민감한 문제들이 향후 협상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미·중 사이에는 홍콩 문제,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의 인권 문제 등의 비(非) 통상문제도 얽혀있다. 연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과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곧바로 2단계, 3단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 조사 결과 미·중 무역 갈등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7%였던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 2.0%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 미·중 무역 갈등의 영향에서 비롯됐다고 분석된 것이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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