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인재육성 명문고 만들자던 충북도 이제와 나몰라

뉴스1

입력 2019.12.25 08:02

수정 2019.12.25 08:02

충북도청.(충북도 제공).2019.12.25/© 뉴스1
충북도청.(충북도 제공).2019.12.25/© 뉴스1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23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인재 육성모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충북도교육청 제공).2019.12.23/© 뉴스1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23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인재 육성모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충북도교육청 제공).2019.12.23/© 뉴스1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해 충북과학고의 AI기반 영재학교 전환에 충북도의 행·재정적 지원을 부탁드린다."

"충북과학고의 영재학교 전환 등 미래인재 육성모델은 충북교육청이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필요하다 생각하면 자체 추진하라."

충북교육청이 '충북형 명문고 설립'을 포함한 미래인재 육성모델을 내놨다. 많은 연구용역을 비롯해 1년여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명문고 설립과 미래인재 육성을 함께 약속한 충북도는 결과물이 마뜩찮다. 협조와 지원을 구하는 제안에는 더 냉담하다.

25일 충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김병우 교육감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8개 영역에 걸친 '미래인재 육성모델'을 발표했다.

미래인재 육성모델은 일반고와 외국어고, 체육고와 과학고, 예술고와 특성화고, 미래형 대안교육과 영재교육 등 모두 8개 영역의 모델로 마련됐다.

지난해 이시종 지사의 자사고 설립과 같은 명문고 육성 제안으로 시작된 두 기관의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 1년여 만에 나온 셈이다.

대부분 정부의 '자사고·국제고·외고 일괄 일반고 전환'과 '전국단위 모집 일반고의 모집 특례 폐지' 방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그동안 충북도가 바라던 명문고의 모델과도 맞아 떨어질 수 있는 충북과학고등학교의 AI기반 영재학교 전환이다.

기존의 과학·수학의 교육과정을 대학의 전문가와 연계해 심화하고 AI 교육과정을 위한 다양한 선택교과를 개설하는 방안이다.

정부의 정책을 거스르지도 않고 이시종 지사와 충북도가 강조하는 엘리트 중심의 수월성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을 할 수 있다는 게 충북교육청의 판단이다.

또 충북과학고의 영재고 전환을 비롯해 모든 방안이 지방정부(충북도)나 중앙정부(교육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완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충북교육청은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Δ과학고의 AI기반 영재학교 전환 지원 Δ영재교육지원센터 설립 지원 Δ인재양성재단의 교육사업 확대를 충북도에 제안했다.

김병우 교육감은 "이시종 지사님의 문제인식으로 미래인재 육성모델을 논의할 기회가 온 만큼 지사님이 화룡점정도 직접 찍어줬으면 한다"며 충북도의 지원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을 받은 충북도는 이시종 지사의 정략적(?) 판단인지 아니면 실무진 차원의 정책적 결정인지 불편한 심기와 함께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런 방안 자체가 충북도가 주장하는 명문고 육성의 기본적인 개념과 고시 합격을 위한 엘리트 중심의 인재상과 '결이 다름'을 강조하면서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오세동 충북도 정책기획관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충북교육청이 발표한 방안은 '명문고 육성'과는 별개 사안으로 결이 다르다"며 제안 자체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어 "AI기반 영재학교 설립이나 영재교육지원센터 문제는 충북교육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자체 추진하면 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충북교육청이 1년여를 공을 들인 방안에 충북도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두 기관이 추진한 '충북형 명문고 설립 프로젝트'는 표류 위기를 맞았다.

더욱이 명문고 설립을 처음 논의할 때부터 시작된 두 기관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지역사회와 교육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무상급식 비용분담 합의 때 명문고 설립을 끼워 넣은 충북도가 이제와 남의 일처럼 반응하면서 이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한 교육계 인사는 "얘기도 꺼내기 전에 무조건 선을 긋기보다는 서로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 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는 "세계무예마스터십에는 수백억을 쓰면서 지역의 교육과 아이들을 위한 일에는 일원 한 푼 쓰지 않으려는 인색한 모습 같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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