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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해경의 존재 이유다

[기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해경의 존재 이유다
오동균 동해해양경찰서 경장 © News1

(동해=뉴스1) 오동균 동해해양경찰서 기획운영과 경장 = 10월31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다. 어린 시절엔 무슨 노래인지도,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어른들과 같이 듣고 따라 부르기도 했던 가요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이제 필자에게 10월31일은 이 노래 가사처럼 기억하고 싶은 날, 잊고 싶지 않은 날이 됐다.

지난 10월의 마지막 밤 10시경. 독도 인근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한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 후 대략 2시간 뒤, 그곳으로 출동한 소방헬기가 해상에 추락했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필자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안나고 몸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졌다.

정신을 차리고 상황실에 가보니 소방관 5명과 응급환자 1명 그리고 보호자 1명 총 7명이 타고 있던 소방헬기가 이륙 후 해상으로 추락했다는 상황이었다.

해양경찰서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필자는 즉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뒤이어 쏟아지는 기자들과의 전화통화 가운데서도 ‘조금만 견뎌서 꼭 살아서 돌아와달라. 해경함정이 근처에 있으니 금방 구하러 갈 것이다’란 말을 머릿속으로 수차례 되뇌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해경은 해경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 해경본청 등 순차적으로 구조본부를 가동했고 추락 헬기가 이륙했던 대구에는 대책본부가 차려졌다.

사고 이틀째인 11월1일 동해해경청에서는 언론 대상 상황 브리핑을 시작으로 본격 수색구조에 돌입했으며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 지시사항으로 대구에 ‘독도소방구조헬기추락 관련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이 차려졌다. 이곳에는 행안부, 해경, 해군, 해양수산부, 중앙119소방, 대구시, 경북도청 등 수색구조를 위한 각 부처 인력들이 모였다.

가족대기실 맞은편에 차려진 지원단은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브리핑을 진행했고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참석한 실종자 가족, 언론과 관계자들이 대구 강서소방서 강당을 채웠다. 지원단 운영 기간 이낙연 국무총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국회의원, 도지사, 대구시장 등 각 계층 인사들이 다녀가며 가족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했지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부족했을 것이다.

40일 가까이 진행된 수색 작업에는 하루 평균 함선 19척, 항공기 6대, 잠수인력 95명 등 동원 가능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다. 이처럼 많은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지만 실종자 모두를 찾는 수색성과를 내지 못한 점에는 아쉬움이 많다.

해경 경비함, 해군 구조함 등은 일선에서 수색을 이끌어 나갔다. 1척당 집중수색일 39일중 약 25일정도 수색에 참여했다. 수색 중에는 일본해상보안청 함정이 출현하기도 하고 기관고장 선박과 응급환자 발생도 이어져 경비임무도 병행해 나갔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수색기간 중 23일간의 풍랑 등 기상특보로 수색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해양경찰, 해군 함정은 단 1초도 수색구역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수색에 임했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수색요원을 생각하면 안타까웠다. 하지만 애타게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현장대원들에게 ‘고생하세요, 수고하세요’라는 격려의 말만 전할 뿐이었다.

합동영결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은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 위험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힌 것처럼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재난상황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호활동을 하는 것이 해경의 존재 이유이자 책임이다.

해경은 ‘위치확인, 신속한 출동, 정확한 판단’이란 구호 아래 상황발생에 대응하고 있다.
이번 사고 역시 해양이라는 특수성 속에서도 발생 30분 이내에 5001함이 현장에 도착해 수색구조 활동에 임했다.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난 미흡한 부분은 고쳐야 하고 법과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면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또 해상 특성과 생존방법, 대처법 등을 교육 홍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제2의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것만이 지켜야 하고 수호해야 하는 우리 땅 독도에서 국민의 재난상황에 가장 먼저 응답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출동했던 5명의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