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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정국' 與, 민생법안 처리 '쪼개기' 시도할 듯

뉴스1

입력 2019.12.26 15:41

수정 2019.12.26 16:05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상훈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에 계류돼 있는 민생법안들을 여러 번의 본회의에 나눠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통과가 가능한 민생법안이라도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원내 핵심관계자는 26일 뉴스1과 만나 "(오는 27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올리기 전에 민생법안들을 먼저 상정할 계획"이라며 "법안의 갯수는 10개 이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대로라면 이번 본회의에서는 25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필리버스터가 마무리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우선 진행된 다음, 일부 민생법안과 예산부수법안들이 상정된 뒤 공수처법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필리버스터 전에 예산부수법안과 꼭 필요한 민생법안들이 적절히 (배치)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에 이어 민생법안마저 쪼개기 전술을 시도하는 것은, 민생법안의 처리 지연이 장기화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민생법안에 또다시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점도, 민주당이 민생법안 '쪼개기' 전략에 힘을 싣는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으로선 이를 통해 민생법안을 뒷전으로 둔 채 선거법과 검찰개협법안 처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본회의에는 지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처리되지 못한 190여개 법안에, 추가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까지 200개가 넘는 민생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이 민생법안 쪼개기 처리에 나설 경우,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기로 한 5개 법안인 포항지진특별법·병역법·대체복무법·형사소송법·통신비밀보호법 등이 우선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법안의 경우 쪼개기 처리에 대한 한국당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무역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산업육성법'과 쌀 목표가격을 정하는 '농업소득보존법',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올해 안에 처리가 안 되면 입법 공백이 우려되는 집시법과 통신비밀보호법 등도 우선 처리돼야 할 민생법안으로 꼽힌다.

다만, 내년도 예산집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처리돼야 하는 예산부수법안의 경우 여전히 원만한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에서 지난 23일 본회의에서처럼 무더기 수정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번에도 예산부수법안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한 원내 관계자는 "(한국당이) 예산부수법안에 30개 이상 수정안을 놓고 시작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융통성 있게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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