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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4차 산업혁명 시대, 협력이 살 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6 17:19

수정 2019.12.26 17:19

[여의나루]4차 산업혁명 시대, 협력이 살 길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매년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양대 기술 전시회인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 전자쇼와 4월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공통 화두는 협력(컬래버레이션)이었다.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인공지능, 빅데이터, 5세대 통신(5G), 로봇 등 기술 혁신과 이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 시장 혁신이 전례없는 광속의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빠른 속도전을 한 기업, 더 나아가 한 국가가 주도하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기업 및 국가는 개방형 혁신, 합종연횡, 전략적 제휴 등 상호 협력을 통한 혁신의 우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종산업 간 협력은 물론이고 동종산업 내 경쟁기업 간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협력을 잘하는 기업은 살고 못하는 기업은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는 국가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 기업과 정부도 기술개발, 수출 및 마케팅, 글로벌화, 인재개발 등 모든 면에서 국내외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과 정책의 적극적 추진이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개발 전략 및 정책에 있어 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은 각자의 보유 기술역량의 수준 평가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외 산학연관 협력 기반의 개방형 혁신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내부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국내외 대학 및 국책연구원과 협력하고, 동종 및 이종 산업의 중소·중견기업 간은 물론 대기업과의 기술개발 협업을 모색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유수 대학 및 연구소, 기술전문기업들과의 협업도 개별적으로는 어려우나 협회 등을 통해 다수 기업의 연합체를 형성하면 용이해진다. 대기업도 이제 글로벌 경쟁은 개별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간의 경쟁임을 직시해 중소·중견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우리나라 기업생태계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글로벌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협력 기반의 국내외 개방형 혁신을 통한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정부 연구개발(R&D) 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삼아 국내 중심의 R&D 정책 방향의 수정이 시급하다. 아울러 현재 개별 기업, 대학 및 연구원 대상의 R&D 지원 위주에서 탈피해 동종 및 이종 산업의 다수 기업, 대학 및 연구원이 참여하는 공동 R&D를 확대해 기업생태계 내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우리 혁신성장 정책의 핵심인 기술창업 중심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도 국내외 스타트업 간의 협력은 물론 투자 및 인수합병을 통한 기존 대·중소기업과의 협력과 혁신 파이프라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마케팅도 우리 기업 간 협력은 물론, 현재의 수출 중심에서 전략적 제휴, 합작사 등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 제품의 현지 시장에의 수출로 과실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기업과 협력을 통해 과실을 공유하는 동반성장형 협력 모델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대응도 국내는 물론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하다. 인더스트리 4.0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과의 협력이 좋은 예이다.
높은 수출 및 제조업 비중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점이 많은 독일과의 협력을 통해 당면한 우리 제조업 혁신의 효과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표준화, IT 보안, 인력양성, 중소기업 협력 등 네 가지 분야에서의 한독 민관 제조혁신 협력이 내년에는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로 한층 강화되길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새 시대에는 협력이 살 길이다. 다시 뛰자, 대한민국!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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