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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정원, 지하정원의 '글로벌 표준' 될 것"

김학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

"태양의 정원, 지하정원의 '글로벌 표준' 될 것"
최근 서울시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지하보도를 나무가 가득한 정원으로 꾸민 '종각역 태양의 정원'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제법 넓은 공간이지만 그간 서점의 벼룩시장이 가끔 열릴 뿐 잘 쓰이지 않던 곳인데, 지하인데도 불구하고 진짜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정원으로 재탄생했다.

26일 서울시청에서 이 사업을 기획한 안전총괄실의 김학진 실장(사진)을 만났다. 김 실장은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서울의 대표적 도심으로 수많은 사람이 일상을 보내는 곳"이라며 "많은 사람이 오가는 구심점임에도 특별한 쓰임 없이 통로 역할만 하는 곳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간을 찬찬히 살펴보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 지상엔 광장이 있어 일조 환경이 좋은 곳이었다"며 "걷는 도시, 서울은 지상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니 지하에도 연계해보자는 생각에서 지하정원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서울은 급격한 도시 확장과 개발로 인해 원래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는 시설물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유휴공간은 도시의 구조변화를 가지고 왔다. 특히 지하보도, 역사, 벙커 등 지하 유휴시설물의 경우 지하라는 공간적 제약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실장은 "관점을 달리하고 혁신기술을 접목한다면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무조건 짓는 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아무 쓸모없는 공간이지만, 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의 '리인벤터 파리'와 미국 뉴욕의 '로우라인' 등 해외 사례들을 보면서 서울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특히 김 실장이 꼭 구현해야 한다고 내건 조건은 바로 '자연광'이다.

그는 "도심의 지하공간들은 대부분 지상과 완전히 단절된 폐쇄된 형태"라며 "지하공간을 새로 꾸미면서 반드시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만들어 지상과 연결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태양의 정원에는 인공조명이 아닌 진짜 햇빛이 들어온다. 그래서 유자나무, 감귤나무, 레몬나무 등 과실수를 포함한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정원 둘레엔 사람들이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종 교양강좌나 소규모 공연도 가능하도록 계단을 이용한 객석도 만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채광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지상에 설치한 8개의 집광부가 태양의 궤도를 추적해 고밀도의 태양광을 한곳에 모아, 특수렌즈에 통과시켜 지하로 전송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시민들은 투명한 기둥으로 태양광이 전송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날씨가 흐린 날엔 자동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전환돼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 조도 확보도 가능하다. 특별한 쓰임 없이 비어 있던 공간이 지상의 태양광을 지하로 끌어들이면서, 나무가 자라고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시는 이 사업이 단순히 정원을 꾸미는 조경사업이 아니라 혁신기술 성장을 지원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 사업은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는 연구개발(R&D)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경제성을 평가하고, 실제 운영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해 지하 정원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하 정원 R&D 허브를 목표로 국내외 수출 가능성 여부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