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불평등 요인

배지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6 17:26

수정 2019.12.26 17:26

[기자수첩]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불평등 요인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서 논할 때 우리는 남북관계로 인한 불안요인,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또 하나의 커다란 디스카운트 요인은 상법에 있다. 우리나라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상법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은 지배주주와 일반 소액주주의 주식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진(이사)은 회사의 가치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이사의 선관의무는 일반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주주 간 이해가 상충될 경우 일반주주가 손해보는 결정을 내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수합병 과정을 보자.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할 때 B기업 대주주의 지분을 시장가 대비 비싸게 사기도 하지만 소액주주 지분은 그럴 일이 없다. A기업이 인수를 끝낸 후 계열사인 C기업에 이를 비싸게 되팔면서 이득을 남길 경우 C기업의 주주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는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 지분 헐값(또는 고가) 매각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를 인수한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과 유럽은 한국과는 다르다. 인수합병에서 소액주주들도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다. 매각기업의 지배주주가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도할 경우 일반주주도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매도할 권리를 지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주주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해외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달 미국의 한 투자회사는 정부와 국회에 정상화를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비지배 주주이익의 침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증시와 주식형 공모펀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법상 이사의 선관의무에 '주주 비례적 이익'을 포함해달라는 주장도 담았다.


남북 관계 등 지정학적 한계는 우리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디스카운트 요인이지만 상법상의 불평등 사항은 극복하고 개선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지배주주든 소액주주든 1주의 가치는 동일해야 한다.

bjw@fnnews.com 배지원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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