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펜과 펜 뚜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6 17:26

수정 2019.12.26 17:26

[기자수첩] 펜과 펜 뚜껑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펜으로 쓴 한 줄의 글이 때로는 칼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리한 칼일수록 단단한 칼집이 필요한 법이다. 하물며 칼보다 강하다는 펜에도 펜 뚜껑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펜 뚜껑 없는 펜들이 활개치고 있다. 이른바 '시사전문 유튜브 채널'들은 근거 없는 낭설들을 사실로 포장해 시청자를 현혹하고 있다.
최근 모 유튜브 채널에서는 인기 가수의 성추행 의혹을 비롯한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선정적인 내용의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6·13 지방선거 당시 파란 옷을 입었다'며 한 유명 연예인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연예인이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저 웃어 넘기기에는 이들의 파급력이 상당하다. 폭로의 대상이 된 이들은 며칠 동안 검색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회자됐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절반이 '시사 유튜브 채널'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이 이를 언론으로 인식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펜 뚜껑'이 필요하다. 기성 언론의 펜에는 펜 뚜껑이 있다. 신뢰성 제고를 위한 언론의 내부적 노력뿐만 아니라 신문윤리위원회 등의 감사 등 외부의 제재장치가 언론을 견제하는 펜 뚜껑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언론 보도로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봤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피해 내용에 대한 조정과 중재를 받을 수도 있다. 언론중재위는 정정보도, 후속보도 등 적합한 방안을 통해 피해 내용을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같은 제도를 두고 '언론탄압'이라고 말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이는 탄압이 아닌 최소한의 견제장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유튜브 채널들의 무책임한 폭로를 막을 방책이 마련돼야 한다.
'유튜브 탄압'이 아닌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일부 유튜브 채널의 폭로 행태는 분명 도를 넘어섰다.
더 이상 이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hoxin@fnnews.com 정호진 e콘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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