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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수처법 놓고 '필리버스터 2라운드'…30일 표결할 듯

뉴시스

입력 2019.12.27 23:14

수정 2019.12.27 23:14

민주·한국, 법조인 출신 주자 내세워 필리버스터 맞대결 한국당 김재경 첫 주자…"공수처는 반대편 죽이는 기구" 29일 0시까지 26시간35분 동안 필리버스터 이어질 전망 '쪼개기 임시회' 다음은 30일 개의…공수처법 표결 전망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19.12.27.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19.12.27.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최서진 기자 = 여야가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놓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결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23~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약 50시간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여야는 공수처법을 놓고도 한치의 물러섬 없는 '맞짱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일부 민생법안, 예산부수법안 등을 처리한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공수처법 표결 지연 작전으로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본회의는 정회됐다.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은 전원위 구성을 논의했지만 질의응답 시간을 놓고 이견을 보여 합의는 무산됐고 한국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행사키로 했다.

본회의를 속개한 문 의장은 "무제한 토론을 먼저 실시하고 토론 중에라도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지면 본회의를 정회하고 전원위원회를 개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출신인 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이날 밤 9시25분부터 첫 주자로 나와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우리 선배 의원들은 적어도 선거의 규칙 만큼은 여야 합의로, 그리고 야당의 숫자가 아무리 적다고 해도 야당과의 합의를 전제로 선거법을 개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이 소수당들과 힘을 합쳐서 제1야당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독주해서 오늘 그 법안이 통과됐다"며 일방적인 선거법 처리에 항의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반대편을 사찰하고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기구"라며 "(민주당은) 우리는 똑바로 제대로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정부의 DNA는 결코 공수처를 순수한 목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도 다 알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한국당은 김 의원에 이어 경기지방경찰청장 출신의 윤제옥 의원과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낸 정점식 의원이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설 예정이다.

한국당은 공수처 원안에 없던 다른 수사기관의 고위공직자범죄 인지시 공수처 통보 의무와 공수처 검사·수사관의 자격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수정안에 들어간 것을 놓고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73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리기 전 문희상 의장이 회기 결정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 지난 필리버스터를 마친 선거법에 대한 표결을 먼저 처리할 것으로 알려지자 회기 결정 안건 선표결을 촉구하며 의장석을 둘러 앉아 농성을 하고 있다. 2019.12.27.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73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리기 전 문희상 의장이 회기 결정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 지난 필리버스터를 마친 선거법에 대한 표결을 먼저 처리할 것으로 알려지자 회기 결정 안건 선표결을 촉구하며 의장석을 둘러 앉아 농성을 하고 있다. 2019.12.27.kkssmm99@newsis.com
이에 따라 공수처법이 실제 표결에 들어가면 선거법 개정안 표결 때보다 더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과 관련해 한국당은 수사 단서만 인지해도 무조건 공수처에 모든 정보를 넘기도록 한 것이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해지고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용으로 공수처가 악용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에 대해 '재판, 수사, 조사 업무'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한 것은 특정 성향을 가진 변호사를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해 '민변검찰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관 자격을 '5년 이상의 조사, 수사, 재판 업무'의 경력을 요구하던 것을 7급 이상 공무원으로 바꾸며 경력 기간 제한을 삭제한 것을 놓고도 전문성을 배제하고 입맛에 맞는 사람만 데려와 쓰겠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오신환 원내대표와 권은희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제한하거나 수사권 및 영장청구권만 줄 것을 주장해 왔다.

지난 선거법 무제한 토론 당시 집권여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민주당은 이번에도 법제사법위원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법조인 출신들이 필리버스터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한국당의 일방적인 여론 선전의 장(場)이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의원이 민주당 첫 주자로 나서며 경찰 출신인 표창원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어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 인권변호사 활동을 한 송영길 의원, 검사 출신인 송기헌 법사위 간사, 변호사 출신 이재정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예정이다.

백혜련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은 드디어 지난한 선거법 개정을 끝내고 검찰개혁법안 처리에 나선다. 저는 공수처법 찬성 필리버스터 첫번째 주자로 나서려고 한다"며 "국민들께 공수처법의 내용과 당위성에 대해 간절하게 말씀드리겠다. 힘을 달라"고 했다.

다만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28일까지로 정해지면서 선거법 필리버스터 때보다는 시간이 짧아질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홍영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12.27.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홍영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2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동안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12.27.jc4321@newsis.com
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23일 밤 9시49분께 첫 주자로 나선 선거법 필리버스터는 26일 0시를 기해 종료되기까지 약 50시간11분 동안 진행됐다. 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밤 9시25분 첫 테이프를 끊은 공수처 필리버스터는 29일 0시까지 26시간35분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임시회 소집요구서 제출에 따라 다음 임시회는 오는 30일 오전 10시 시작된다.

한 번 필리버스터를 걸었던 안건은 다음 회기 때는 자동표결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공수처법은 새로 소집되는 임시회 본회의에서 바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재석 167인, 찬성 156인, 반대 10인, 기권 1인으로 통과된 만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내에 이탈표만 없다면 공수처법도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새 임시회에서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이후에도 1~2일짜리 초단기 임시회를 잇달아 여는 '쪼개기' 전략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 관련 법안인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유치원3법 등의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조를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킬 방침이다.

민주당은 9~10명으로 구성된 1개 조가 6시간씩 돌아가며 본회의장을 지킨다.
한국당은 25~26명으로 구성된 1개 조가 8시간씩 본회의장에 당번을 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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