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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주삼다수공장 가동 중단에 대한 단상

좌승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28 11:06

수정 2020.01.02 23:09

[제주=좌승훈 기자] 국내 먹는 샘물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삼다수 공장이 멈췄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노동조합이 단체협약 결렬로 2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생산직 대부분이 조합원이어서 삼다수 생산과 가공용 감귤 처리가 중단된 가운데, 급기야 오경수 사장은 총파업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노조 측은 이날부터 조합원 617명 중 법정필수요원과 수습사원 등 44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은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막판까지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노사 입장 차가 컸다고는 하나, 결국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도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사는 지역 취업준비생들이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로 선망하는 공기업 중 하나다.
지역 대표 공기업이다 보니, 한때 ‘빽’이 없으면 취업하기 어렵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도는 정부가 1995년 5월 먹는샘물의 국내 판매를 전면 허용하자, 도민 생명수인 지하수가 민간기업에 의해 난개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사를 설립했다. 삼다수 생산과 함께. 수익을 도민에게 환원하고 간접적으로는 제주의 청정 이미지를 널리 알려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게 도의 목표였다.

1998년 3월 삼다수가 첫 출시된 후 지난 21년여 동안 국내 먹는 샘물시장에서 점유율 1위, 브랜드 선호도 1위, 고객 만족도 1위를 지켜온 것도 도의 '제주 지하수 공수화(公水化)'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미국 호접란(胡蝶蘭) 수출사업을 비롯해 삼다수 녹차, 한라수, 크래프트(craft) 맥주사업의 잇단 실패는 부실한 경영과 방만한 운영의 대표적 결과다.

게다가 이번 단체협약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공사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4700여만원으로, 전국 지방 공기업 중 가장 낮다는 게 노초 측의 설명이다. 노사는 이에 따라 지난 9월만 해도 성과장려금 180%와 명절상여금 120%를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내놨다.

하지만 사측은 막판 협상에서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기업 예산 지침으로 정한 총액 임금 대비 4.2% 인상안 이외에는 협의가 어렵다고 밝히면서 결국 결렬됐다.

공사는 설립 이래 지난 24년 동안 무노조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생한 삼다수 공장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를 계기로 지난 2월 노조가 설립됐다. 사측은 노사협상이 처음이어서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며, 파업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조와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갖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결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길어져선 안된다. 노사 모두 결국 명분에서나 실리에서나 얻을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지방공기업 특성상 경영진의 운신 폭이 적어 도가 ‘해결사’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뜩이나 삼다수 입지는 예전만 못하다.
실로 내우외환이다. 도민의 시선도 따갑다.
하루바삐 노사 간 접점을 찾아야 될 이유다.

[기자수첩] 제주삼다수공장 가동 중단에 대한 단상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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