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아듀 2019]패스트트랙·조국·필리버스터…국회, 협치는 없었다

뉴스1

입력 2019.12.30 07:01

수정 2019.12.30 07:01

지난 4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동의의 건 통과를 막기 위해 입구를 막아서자 심상정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 등이 길을 비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지난 4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동의의 건 통과를 막기 위해 입구를 막아서자 심상정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 등이 길을 비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9.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9.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 11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 당정협의에 고 태호군 어머니 이소현씨와 고 해인양 어머니 고은미씨가 고인의 영정을 든 채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 News1 이종덕 기자
지난 11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 당정협의에 고 태호군 어머니 이소현씨와 고 해인양 어머니 고은미씨가 고인의 영정을 든 채 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 News1 이종덕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2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3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2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3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종착지로 향하고 있는 20대 국회의 2019년은 협치가 사라지고 사생결단식 대립만 계속된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 한 해 국회를 관통한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둘러싼 갈등은 찬성과 반대 세력 모두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게 만들었다.

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을 기점으로 절정으로 치달은 정치권의 갈등은 우리 사회 해묵은 이념을 재소환하며 우리 사회 전반을 극한의 이념대결의 장으로 만들었다.

◇1년 동안 계속된 '선거법 갈등'

지난 2018년 12월15일 원내 5개 정당 원내지도부는 총선 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 적극 검토'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혁 합의안을 전격적으로 도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0일 동안 단식을 벌이는 등 당시에도 첨예한 갈등과 진통을 겪은 끝에 도출된 안이다.

그러나 이는 결말이 아니라 올해 12월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정확히 1년 동안 이어진 갈등의 '서막'일뿐이었다.

진원은 '연동형 비례제'였다. 연동형 비례제는 말 그대로 지역구 선거(후보 득표)와 비례대표(정당 득표) 선거가 별개로 치러지는 현행 '병립형'과 달리 두 선거가 맞물리는 선거 방식이다. 만약 두 정당이 비슷한 수준의 정당득표율을 얻을 경우 지역구 당선자 수가 더많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은 적게 배분되는 구조다.

이에 바른미래당, 정의당 등 '정확한 민의 반영'을 주장하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세력들은 사실상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사실상 5당이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지역구 선거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은 자유한국당은 합의안은 '검토'에 방점을 찍은 것이지 도입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후 애초 선거법에 미온적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 현안인 공수처 등 검찰개혁안과 선거법과 연계해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과 적극 공조를 펼치기 시작했지만,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안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으며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은 끝에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지난 4월 한국당을 배제한채 법안처리 강행 수순, 즉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유례가 없는 결사 저지전을 국회에서 펼쳤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과 의결을 막기 위해 4월25일부터 국회 의안과와 회의장을 봉쇄하며 농성을 벌인 것이다.

패스트트랙 공조 세력은 도입 이후 최초로 '전자 입안 시스템'까지 이용해 법안을 제출하고 회의장을 바꿔 기습적으로 회의를 여는 등 양측의 물고 물리는 대결 끝에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4월30일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됐다.

'조국 정국'…이념 갈등 최절정으로

여야 갈등에 기름을 부운 것은 이른바 '조국 정국'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끼친 올한해 최대 이슈였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9일 개각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임명됐다. 그러나 임명 직후부터 가족 펀드 논란이 일었던 코링크PE 등, 청와대 정무수석 등 지위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편법 투자, 웅동학원, 자녀의 특혜 대입·논문·표창 등 의혹들이 전방위적으로 분출되며 정국은 대혼란에 빠졌다.

가뜩이나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선봉장이자 여권 유력 대권 잠룡인 조 전 장관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벼르고 있던 한국당 등 야권은 이후 당력을 총동원해 공세에 나섰고 조 전 장관 임명 절차는 국회 청문회 날짜도 잡지 못한채 표류했다.

급기야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까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이 '조국 사퇴'와 조 전 장관이 상징하는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극명히 나뉘어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전무후무한 '청문회 대체' 대국민 기자간담회가 9월2일 국회에서 열리고 다음날 한국당의 '맞불 회견'까지 이어진 끝에 조 전 장관 지명 28일만인 9월6일 인사청문이 가까스로 열렸다. 청문 3일 뒤인 9월9일 문 대통령은 야권의 반발에도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지만, 임명 이후에도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조 전 장관의 가족과 코링크PE·웅동학원 등 의혹 당사자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

10월14일 조 전 장관이 취임 35일만에 전격 사퇴하지만 이후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등 이른바 문재인 정권 '권력형 비리'까지 맞물리며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공수처 등 검찰개혁 현안도 조국 사태와 맞물려 논란이 배가됐다.

한국당은 조 전 장과 등 정권 핵심인사의 개인적 비위와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감찰 무마 의혹 등 권력형 비리에 대하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려 한다고 정부·여당에 맹공을 펼쳤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한국당이 본인들의 안위만을 위해 시대정신인 검찰개혁을 가로막고 민생현안에 대해서도 발목잡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개혁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간 찬반 필리버스터 대결까지 펼쳐진 공수처법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같은 날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상정된다면 필리버스터가 재현될 공산도 크다. 조국-검찰개혁 갈등은 연말, 내년초 총선 국면까지 '현재진행형'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민생 표류·국회 권위 상실…남은 것은 '상처'뿐

선거법과 검찰개혁, 조국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갈등은 국회 기능 마비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국회의 기본적 의무인 민생현안 처리도 줄줄이 표류했다.

대표적인 예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다.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 일정은 공교롭게도 패스트트랙-필리버스터 갈등과 맞물렸고, 이로 인해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처리가 무산됐으며 이보다 8일을 넘긴 12월10일에야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4+1협의체'라는 또다른 논란거리가 등장했다. 4+1협의체란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평화당에서 분리된 대안신당(신당)을 일컫는 것이다.

당초 이들은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처리를 위해 공조에 나섰지만 패스트트랙과 예산 정국이 맞물리며 예산안까지 처리가 난항을 겪자 전격적으로 한국당을 배제한채 예산안 처리 공조까지 나선 것이다.

한국당은 예산안 직후부터 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 의사일정 협의와 본회의 상정 안건은 원내교섭단체간 합의가 전제가 돼야 하는데 교섭단체인 한국당이 배제된 반면 정의당과 평화당, 아직 정당 자격을 갖추지 못한 대안신당까지 협의에 참여해 국회 일정과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4+1협의체 소속 정당들은 '한국당 패싱'은 대화를 거부한채 반대로 일관한 한국당이 자초한 것이라며 강경태세를 유지했다. 이들은 한국당의 비판에 아랑곳않고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 개정안 재합의를 통해 새로운 단일안을 만들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강행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자 수적으로 열세인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카드를 본격 꺼내들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물론 본회의 상정 예정된 모든 안건을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신청했는데, 이로 인해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법안, 주요 민생법안들까지 처리가 지연됐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국회 마비는 민생 현안 처리 지연만 초래한 것이 아니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며 국회는 내부 갈등에 대한 조정 기능을 상실했으며, 이로 인해 여야간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헌법재판소와 사법부 검찰에 공을 넘기며 국회 스스로 입법부의 권위와 지위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여야는 국회 폭력사태 등을 놓고 서로를 향한 고소·고발전을 벌였다. 특히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 판도와 의원 개개인의 공천 문제까지 수사 향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만큼 여야 모두 검찰의 수사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사법기관이 특정 현안에 대한 '심판자' 역할을 하면서 국회가 정치 영역에 있는 이슈들까지 주도권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조국 인사정국 당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정치권의 모습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여당은 국회 청문과 임명 절차도 마치지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펼쳤다며 '정치 검찰'이라고 반발한 반면, 야권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중대하고 전방위적인만큼 신속하고 엄중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검찰 수사를 지지했다.

이는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등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을 격화시킨 촉매제가 됐다. 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며 공수가 전환되는 상황도 여러차례 반복됐다.


국회발 갈등과 논란이 법원, 검찰, 헌재로 공이 넘어가는 사례는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지난 27일 선거법 본회의 처리 당시 의장석을 둘러싼채 회의를 저지한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당은 제1야당을 배제한채 회의와 표결을 강행한 문희상 국회의장을 형사고발하고 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권한쟁의 심판을 헌재에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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