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싱크홀은 인재… 잇단 인명사고에도 대책없는 '안전불감증'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1 16:59

수정 2020.01.01 16:59

서울 3년8개월간 203건 발생
상하수도 손상·누수로 127건
전국 상하수도관 30% 20년 이상
노후관 교체 등 대책 서둘러야
싱크홀은 인재… 잇단 인명사고에도 대책없는 '안전불감증'
지난해 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싱크홀(지반침하)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싱크홀은 대체로 지반이 지하수로 인해 침식되면서 약해진 표면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그러나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 대부분은 노후된 상하수도의 손상으로 인한 누수 또는 각종 공사 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매년 증가세…3년새 두 배↑

이 같은 지적은 지난 2012년 인천 지하철 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오토바이 배달원이 숨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현재까지도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1일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338건이다.
싱크홀 사고는 지난 2015년 186건을 기록한 이후 2016년 255건, 2017년 27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싱크홀 사고가 매년 증가하는 이유는 노후된 상하수도 시설탓이 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총 203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7건이 노후된 상하수도 손상 또는 누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폭 1.2m, 깊이 1.0m로 발생한 싱크홀은 빗믈받이 연결관 노후로 토사가 유실되면서 발생했다. 해당 하수도는 1964년에 부설된 것이다. 또 지난해 3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발생한 폭 5.0m, 깊이 1.5m의 싱크홀은 인근 공사장을 오가던 레미콘 차량의 중량을 이기지 못한 하수 박스 상판이 파손이 원인이었다. 해당 하수박스는 무려 1946년에 부설된 노후된 하수도 시설이었다.

문제는 이 같이 전국의 상하수도관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가 20년 이상 된 노후됐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기준 전국에서 20년 이상된 노후관은 약 13만1598㎞로, 전국 상하수도관(35만6411㎞)의 36.9%에 달한다. 여기에 30년 이상 된 노후관은 5만8175㎞로, 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73회 가량 왕복한 거리에 이른다.

■'땅꺼짐=인재'…대책마련 시급

정부는 지난 2014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일대 싱크홀 사고 등을 계기로 2017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는 면적 4㎡·깊이 2m 이상 지반침하 또는 지반침하로 사망·실종자 또는 부상자가 3명 이상 발생 시 사고 경위와 원인 조사에 나서도록 했다. 아울러 정부 예산 290억원을 들여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조사위가 가동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12월 22일 발생한 서울 여의도 싱크홀 사고까지 최근 2년간 구체적 사고 경위 파악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위가 가동되기 까지 기준에 달하는 싱크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현재까지 제작된 지하공간 지도는 사실과 상이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싱크홀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와 대책 대신 노후 된 상하수도와 부실한 흙막이 공사 탓으로 돌려 시민의 안전은 개선되지 않자 시민단체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전국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땅꺼짐 현상은 명백히 사회적 참사이자 인재"라며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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