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박스 포장 대혼란…전문가 "불편 감수해야"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2 15:00

수정 2020.01.02 15:00

지난 1일 인천시 계양구의 한 대형 마트 자율포장대/사진=이진혁 기자
지난 1일 인천시 계양구의 한 대형 마트 자율포장대/사진=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아가씨 우리도 박스 좀 접어줘요"
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는 혼란이 벌어졌다. 새해부터 대형마트에서 더 이상 끈과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자 고객들은 종이 박스 바닥을 '딱지' 형태로 접기 시작했다. 일부 중·장년층은 박스를 접다 포기하고는 주변 고객들에게 접기를 부탁했다. 황모씨(52)는 "환경보호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산 물건들은 집으로 들고 가야 하지 않겠나"고 토로했다.

새해부터 대형마트 매장 자율포장대에 포장용과 테이프가 사라지는 자율협약이 시행되면서 고객들 사이에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필요한 정책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1일 인천시 계양구의 한 대형 마트 자율포장대/사진=이진혁 기자
지난 1일 인천시 계양구의 한 대형 마트 자율포장대/사진=이진혁 기자
■고객 엇갈린 반응 '지지' '불만'
같은 날 인천 계양구의 다른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는 포장에 서툰 고객들 사이로 한 직원이 대용량 장바구니 대여를 독려했다. 해당 마트에는 자율포장대 벽에 "플라스틱 쓰레기 같이 줄여가자"라는 알림말과 함께 3000원의 장바구니 대여 금액이 적혀있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마트업계와 환경부는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고 1일부터 종이박스를 포함해 자율포장대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이에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환경부와 마트는 종이박스는 제공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반응은 엇갈렸다. 불편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제도 취지에 공감 간다는 고객들도 있었다. 김모씨(33)는 "지난해부터 마트에서 빌려주는 장바구니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현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불편 감수해야"
환경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은 658t에 이른다. 상암구장(9126㎡) 857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환경부는 일평균 생활폐기물이 2014년 4만9915t에서 2017년 5만3490t으로 늘어났는데, 이 중 30% 정도가 포장재 폐기물이라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편의 제공을 위한 대안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상보다 고객들이 혼란을 겪었다"며 "종이테이프도 접착 물질 때문에 제공할 수 없어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그동안 마트 박스는 무분별한 테이프 사용 등으로 재활용하기도 어려웠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보다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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